정풍(整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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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 그래도 주목받았던 정풍(整風)운동은 1979년 10·26 직후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운명하자 민주공화당 박찬종·오유방·이태섭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 17명은 그해 연말 “깨끗하지 못한 인물은 당직에서 배제해 달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지금은 고인이 된 김종필 총재에게 전달했다. 부패정치인을 척결한다는 대의명분에 민심은 환호했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엎질러졌을 물이다. 공화당은 옛날의 공화당이 아니었다. 이빨과 발톱이 모두 빠진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운동은 순수성을 의심받아 빛이 바랬다. 몇몇은 전두환 신군부와 끈이 닿아 있었거나 러브콜 유혹을 받았다. 실제로 일부는 신군부의 민정당 창당 때 합류했다. 권력형 부정축재자는 정풍보다는 신군부에 의해 정리됐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6·13지방선거 대참패로 위기에 몰린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정풍’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전·현직 당협위원장 일부가 결성한 재건비상행동이 최근 당내 정풍운동 대상자로 16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정계 은퇴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체제에서의 당권 농단과 대통령 탄핵 사태 전후로 보수 분열 주도, 친박 권력에 기대 당내서 전횡했다는 나름의 이유를 들고 있다. 당사자들은 ‘마이동풍’이다.

여기에 당내에선 혁신비상대책위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의 면모를 쇄신할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계파 싸움에 매몰돼 새로운 인물 키우기를 외면한 결과다. 이 와중에도 친박·비박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전직 국회의원은 이를 두고 “국회의원인지 회사원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가 예기치 않은 곤혹만 치렀다. “빈둥빈둥하면서 조직에서 살아남는 회사원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에 시달렸다.

▲정풍운동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공산당 쇄신운동에 그 유례를 두고 있다. 삼풍정돈(三風整頓)의 줄임말로, 학풍(學風), 당풍(黨風), 문풍(文風)을 의미한다. 당원을 교육하고, 당 조직을 정돈하고, 당의 기풍을 쇄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치사에서나 정풍운동이 애초의 목표를 제대로 이룬 적은 별로 없다. 구성원들 각자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찻잔 속에서만 옥신각신하다간 그릇만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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