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화장술과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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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6월 하순 녘에 장마비가 도라지, 금목서, 비파 등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비가 그친 이른 아침의 순박한 햇빛에 의해 도라지와 금목서 잎에서 빗방울이 익어가고 있다. 도라지꽃은 빗방울을 곁눈질하며 하얀 나비한테 미소로 유혹한다

모과와 살구 열매도 소박한 햇살에 의해 영글고 있다. 마지막 한 송이 장미꽃은 햇빛이 눈부신듯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에 돋아있는 가시의 의미를 음미하고 있다. 한 때는 장미도 따스한 햇빛에 자신을 맡기고 익어가는 꽃에 자신을 마음껏 표현했르리라.

꼬맹이 금잔화는 익어가는 빗방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세상이 신기한듯 그네들끼리 올망졸망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가올 7, 8월의 폭염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하는 것보다 현재에 충실할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쪼그리고 앉아 이 꼬맹이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무념무상에 빠진다.

정적 속에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수국의 화려한 꽃송이는 사유의 늪에 빠지게 한다. 거리를 두고 꽃송이를 바라보면, 연인들이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 분홍색 우산을 받쳐들고 페퍼민트 향을 바라보는 것같다.

이 꽃송이가 품고 있는 빗방울은 가을철 잘 익은 홍시처럼 영롱하다. 이 빗방울이 터져 꽃송이를 곱게 단장할 것 같다. 화장한 수국은 더욱 정겹고 고울 것 이다. 우리는 수국도 변신의 귀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푸른색 계통의 색조화장품으로 메이크업한 수국의 얼굴은 상큼한 푸른빛을 발한다. 수국도 바다처럼 뛰어난 화장술을 연출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색깔로 익어가는 바닷물이 표현하는 화장법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수국의 화장술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꽃잎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수국 꽃의 색은 안토시아닌의 한 종류인 델피니딘에 의한 것인데, 성장하는 토양의 pH에 따라 자홍색에서 청색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색의 차이는 색소, 알루미늄 이온, , 수소이온, 수산화이온 등의 장난에 의한 것이다. 땅의 산성도가 변화되어 알루미늄 이온의 흡수 정도가 변하면 수국 꽃의 색이 바뀐다. 수국이 이용하는 색조화장품의 재료가 흥미롭다.

흙에 함유되어 있는 알루미늄 성분이 물에 용해되지 않으면, 즉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이 뿌리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꽃은 색소 자체의 색이다. 산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 상태로 물에 녹아 뿌리에 흡수되며, 이 이온이 델피니딘과 착물을 형성하여 청색을 띤다. 식수와 같이 중성인 토양에서 성장한 꽃은 흰색 계통을 표현한다.

달걀 껍데기를 분말로 만들어 수국이 자라는 곳에 몇 년 동안 뿌리면 토양이 알칼리성으로 변해 분홍색 계통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이 표출될려면 근본적으로 자신의 잎과 꽃에서 익은 물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질이 물에 용해되지 않으면 식물이 흡수하기 어렵다.

바람을 동반한 장마에 매실나무와 뽕나무의 가지가 부러졌다. 톱과 가위로 상처입은 가지를 제거하면서 가지치기를 한다. 미래에 풍성한 꽃을 피우게 하고, 견실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는 무성한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가지치기는 우리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삶에 어느 정도의 고통이 필요한 이치와 같을 것이다. 평소에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감정과 꿈과 환상들을 의식적으로 가지치기 하는 것은 긴요하다.

고통은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게 방해하며 일상생활에서 산만한 정신과 에너지를 가지치기하고 정리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것이다. 이 가지치기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수행하는 것이 더욱 아름답게 될 것이다.

과거를 가지치기하고 내일의 토양을 가꾸는 것이 우리의 삶일 것이다. 수국, 장미, 또는 로즈마리로부터 가지치기한 것은 삽목에 의해 새로운 세계를 열고, 창의성을 일깨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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