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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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졸전 탓에 ‘역적’으로 추락했다. 앞서 2012년 런던올림픽 땐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축구의 ‘영웅’이었던 그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 실패 원인으로 선수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걸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런던올림픽에서는 ‘군 면제’라는 절박하고 달콤한 보상이 있었기에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전략이 절대적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뒤집으면 월드컵에선 군 면제라는 당근이 없어 투혼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충격의 예선 탈락한 것도 병역 혜택이 있었다면 달랐을 거란 얘기가 나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엄청 민감한 사안이다.

▲1950~60년대는 병역 기피자를 색출하려는 길거리 검문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졌다. 준법의식도 낮았던 데다 배고픔·구타를 견뎌야 했던 병영 상황이 빚어낸 풍경이다.

군 면제를 받으려고 특권층은 ‘빽’을 썼고 이기주의자들은 온갖 수법을 동원했다. 손가락을 자르기도 했고, 항문에 양잿물을 발라 치질을 가장하는가 하면 유서를 남겨 자살로 위장한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1년 넘도록 여장을 한 채 식모살이를 한 청년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런 병역 기피자가 1956년에만 1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종교적 이유로 총을 들지 않겠다는 병역거부자도 1957년에 처음 나왔다. 당시 재판에서 사법부는 병역 기피를 위해 교리를 내세운 건 가증하다며 특정종교 신도를 맹비난했다는 보도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사회에서 병역 의무를 피해 도망갈 구멍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를 느슨하게 할지 모를 일이 일어났다.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을 내세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라고 결정을 내린 거다. 벌써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가 군 복무 기피자들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군필자들은 비양심적인 인간이란 뉘앙스로 들린다는 비판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게시글만 수백 개가 올랐다.

인권과 양심의 자유는 소중한 가치인 게 분명하다. 다만 나라는 누가 지키냐는 의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는 만만치 않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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