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할망의 입말 빌려 만든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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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에 불 놩 덩싹덩싹/글 부복정·그림 한항선

“드르에 불 놩 덩싹덩싹~”

도대체 무슨 말일까? 생소한 제주어 제목 앞에서 독자는 그 뜻을 헤아리느라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표준어로 하면 ‘들에 불 놓고 덩실덩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풍성한 한 해를 기원하면서 너른 들에 불을 놓고 서로 어우러져 어깨춤을 추는 제주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제주어로 써야 말맛이 살아난다.

이 책은 제주 도새기와 어린아이의 우정을 그린 전작 ‘뚜럼허당’에 이은, 부복정 작가의 신작 제주어 창작동화이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들불’을 소재로 하여 제주의 개국신화라 할 수 있는 ‘삼성신화’를 풀어냈다. 제주 섬의 세 구멍에서 솟아난 삼을라와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가 부부의 연을 맺고, 활을 쏘아 각자 살 곳을 정한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성신화의 줄거리다.

작가는 여기에 ‘들불’이라는 소재를 더해, 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삼았던 제주 선인들의 지혜로운 삶 속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삼을라가 공주들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그들과 같이 설렜다가, 섬이 폐허가 되는 장면에서는 같이 탄식하고, 풍년을 맞이하면 또 환호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도 제주 신화를 재미있게 접하게 된다.

또한 제주어를 살려 쓰면서 아이들에게 그 말맛을 전해주기 위해, 본문에는 제주어만을 사용했고 표준어 대역은 책의 말미에 따로 수록했다. 제주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병행하여 수록했을 때 제주어보다 표준어 대역이 먼저 그리고 오래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제주어로만 된 이야기를 연결해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제주 할망의 입말’을 살리고자 했다.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제주 토박이부터 이주민까지, 이 책을 펼쳐놓고 “제주어, 어디까지 아니?” 서로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한그루 刊,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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