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도 많고 내용도 세지만, 기형적 인간관계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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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서 비행 청소년 연기한 김가희
밝게 웃는 김가희
밝게 웃는 김가희

영화 속 박화영은 뚱뚱하고 어리숙한 여고생이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혼자 사는 그는 제집을 친구들에게 아지트로 내준다. 친구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애정 행각을 벌인다.

화영은 그들 사이에서 '엄마'로 불린다. 진짜 엄마처럼 라면을 끓여주고,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한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사실 '엄마 노릇'하는 게 화영의 즐거움이다.

19일 개봉하는 '박화영'은 여고생 화영과 친구들을 중심으로 10대들의 비행과 폭주를 가감 없이 그린다. 모든 대사는 욕설로 시작해 욕설로 끝난다. 술과 담배 연기, 폭력, 원조교제 등이 넘쳐난다. 작정한 듯 관객의 감정을 도발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편치않다. 단순히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취재해 돋보기처럼 담아냈다는 점에서 마음은 더 불편해진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역시 쉽지 않았을 터.'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김가희(26)"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욕이 너무 많고, 내용도 너무 세서 힘들었다"면서 "제게도 본격 도전영화였다"고 떠올렸다.

연극과 단편 영화에 출연해온 김가희는 이 작품이 장편영화 첫 주연작이다. 5차례에 걸친 오디션 끝에 박화영 역에 발탁됐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집요한 오디션을 거치다 보니 한 인물 안에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가희는 배역을 위해 몸무게를 15가량 늘렸다. 오디션 공고에도 '뚱뚱한 체형(마른 체형의 경우 살을 찌워야 함). 다소 우둔해 보이는 모습이며 패륜에 가까운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캐릭터'로 소개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살을 찌우기 위해 무엇이든 우걱우걱 먹는 화영의 습성을 현실에 적용했다.'

"심심하면 먹고, 화나면 먹고처음에는 잘 안돼서 치킨에 마요네즈를 찍어 먹기도 했어요. 평소에는 살찔까 봐 엄두도 못 내는 일들이죠. 그랬더니 몸무게가 쑥쑥 올라가더라고요. 나중에는 감독님이 말리실 정도였어요."

극 중 화영의 무리에도 친소와 서열이 있다. 화영은 무명 연예인 미정과 단짝이다. 미정은 또래의 우두머리인 영재와 사귀며 여왕 노릇을 한다. 영재는 만만한 화영을 평소 무자비하게 괴롭힌다. 화영은 이들 속에서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미정에는 희생적이고, 영재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든다. 엄마와 교사에게는 패악질을 부린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화영을 엄마라 부르지만 그를 이용할 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의 질풍노도 감정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살면서 그런 관계가 있잖아요. 누군가는 외면하고 싶고, 누군가에는 희생적이고, 또 누군가에는 처세술을 발휘하고인물들의 그런 기형적인 관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예요."

이 작품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외로움과 결핍이다. 화영이 엄마를 자처하는 이유도 엄마의 애정이 필요했기 때문. 화영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며 패륜적인 막말을 쏟아낸다.

"그렇게라도 윽박지르고 엄마의 마음을 긁어야 엄마와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화영을 무시하니까 외로운 것이죠. 사람에 대해 미성숙한 화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런 것밖에 없죠. 마치 어미 없는 새 같아요."

김가희는 스크린에서 여러모로 '비호감'으로 나온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법한데, "관객들이 '화영을 한대 패주고 싶다'고 느끼도록 만들라고 감독님이 주문하셨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촬영 전에는 청소년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다. "저는 학창시절에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살았어요. 수업 시간에 까르르 잘 웃는 전형적인 여고생이었죠. 성격은 활달해서 오락부장, 체육부장 같은 거 하는 까불이였고요. 저희 엄마가 이 영화를 보시면 '우리 딸내미가' 이러시면서 아마 깜짝 놀라실 걸요."

'박화영''똥파리'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 이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 이어 최근 독일에서 열린 제36회 뮌헨국제영화제 국제 인디펜던트 섹션에 초청됐다. 뮌헨에 다녀온 김가희는 "독일 관객들이 한국영화의 폭력성에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연기가 좋았다고 말해줘 기뻤다"고 전했다.

김가희는 고교 시절 배우를 꿈꾸며 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준비했지만, 낙방한 뒤 인천 지역의 소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우고 공연을 해왔다. '박화영' 출연 이후 1년간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며 보냈다는 그는 영화와 TV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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