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구원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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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1998년 8월 美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TV 앞에 섰다. “저와 르윈스키와의 관계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내를 포함한 국민 여러분에게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정말로 후회하고 있습니다.” 클린턴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백악관 인턴직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시인했다. 앞서 르윈스키는 1995년 11월부터 1997년 3월까지 클린턴과 10여 차례의 성관계를 했다고 증언했다.

부인인 힐러리는 대국민 연설 다음 날 “남편에 대한 사랑은 확고하다”며 클린턴을 감쌌다. 힐러리가 이 문제로 남편을 두둔하고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서 1월 스캔들이 터지고 일주일 뒤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르윈스키를 두고 ‘자아도취에 빠진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혹자들은 힐러리의 ‘구원’ 덕분에 클린턴은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아내가 지난 13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 전 지사에 대해 “살면서 남편을 의심한 적 없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행비서에 대해선 “새벽 4시쯤 부부가 자는 침대 발치에 서 있는 걸 봤다” “남편을 불안에 빠뜨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남편에게 달려올 때 애인을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 “혼자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사적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봤다”라는 등의 진술을 통해 ‘처신’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마누라 비서’라는 말까지 언급했다. 물론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남편을 살리기 위해 구원 등판했다는 것이 세평이다. 세상의 남편과 아내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한 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녀가 출석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렇게 썼다. “(그녀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출석했을 것이다”며 “안 전 지사는 부인에게 정말 남편으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못 할 짓을 했다.”

▲힐러리는 8년간의 백악관 안주인 생활을 끝낸 후 쓴 자신의 회고록에서 남편의 불륜에 대해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라고 썼다. 겉으로는 용서와 관용으로 무장해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것이다.

아무튼 수신(修身)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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