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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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1960년대는 농경시대가 끝자락을 드리우며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절이었다. 도시를 향한 부푼 꿈에 젊은이들의 이촌향도로 농촌은 공동화가 심화되었다.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천민자본주의는 부의 소수 편중으로 빈부 양극화를 초래하고 도시화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그 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근대화를 넘어 글로벌정보화시대로 변했다.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에는 환경·교통·주거난 등 도시문제가 심각하다. 젊은이들이 떠나버린 휑한 농촌에는 연로한 세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늑하고 포근하던 영원한 마음의 고향, 농촌은 공동화현상으로 꿈을 잊은 삭막함이 가득하다.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의 출범은 보호무역 장벽이 사라지는 지구촌시대의 개막이었다. 우리 농산물은 낮은 식량자급률에 수입자유화로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을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산업은 경제 기능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고 농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전통농업은 오밀조밀한 인구에 협소한 경지 면적으로 농업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열세이다. 국제 경쟁력 확보는 규모의 경제 실현, 생산기반 확충, 과학영농과 경영혁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지속가능한 환경친화형 농업을 육성하여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사정은 녹록지 않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연구 노력을 잠시라도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농업·농촌은 인류의 생성과 함께 오늘날까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상호작용으로 존재한다. 농업·농촌은 식량식료품을 생산 공급하는 생명산업 역할, 자원재생과 재활용, 시대 문화의 전통 유지와 같은 공익적 기능이 있다. 아름다운 산하의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 산천초목의 향기는 인간이 누리는 보이지 않는 혜택이다. 농업·농촌은 민심을 순화시키고 애국정신을 싹틔우게 하는 원초적 기반이다.

그러기에 농업은 국토의 자연보존, 지역사회의 문화전통 보존, 환경 생태계 유지 기능의 고귀한 가치가 있다. 다만 물질문명에 찌든 인간들은 누리고 있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농촌·농업은 영원하며 그 존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매스컴의 보도에 의하면 제주도의 농지가 최근 십년 동안 마라도 면적의 87배 녹지는 65배가 사라졌다고 한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 농촌과 달리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유입 인구 증가로 인한 주택부지 등이 필요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무질서한 개발과 건축으로 농지가 잠식되는 일은 심각한 문제이다. 한정된 농지와 녹지가 훼손되고 사라지면 생태의 복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 성장으로 도시 인구 집중에 따라 증가하는 도시 투자비는 많다. 이에 비해 농업·농촌에 지원되는 투자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거시적인 국민경제 손익 차원에서도 농업에 대한 정책지원과 투자는 당연하다. 계속 감소하는 농업인구와 경제비중에서 농업은 미미한 역할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 왜 농업에 예산을 투자하며 농업·농촌을 살려야 하는가. 그 답은 바로 농업의 비교역적이고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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