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부럽지 않은 팔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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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앞마당의 매화나무 한 그루/ 마당에 서서 향기로운 삶을 본다/ 마른 가지의 새 생명을 위하여 몸부림친다

작은 고통과 인내가/ 봄이 오는 길목에 있다/ 아픔과 슬픔은 꽃을 피우기 위하여

첫사랑의 향기처럼/ 2월의 매화꽃 향기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봄의 메시지다.’

팔순의 나이에 지난해 시인으로 등단한 강순매 작가(81)의 첫 작품 ‘매화 향기’다.

▲강 작가가 시인 등단 1년 만에 다시 수필가로 이름을 올렸다.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워 본 적도 없는 독학작가인 그는 주변의 권유로 쓴 ‘어머니가 걸어온 길’로 월간 문예사조의 수필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다.

“저에게 있어 글이란 가난과 삶의 현장에서 얽히고설킨 사연”이라는 그는 지금도 2개월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고 있다고 한다. 늘 책을 가까이하며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강 작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족하지만 제 삶의 철학이 녹아든 시와 수필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도 전했다.

▲팔순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강 작가의 아름다운 열정에 중국의 ‘국보’, ‘나라의 스승’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지센린 교수가 오버랩된다.

지센린 교수는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가 “정신적 스승”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는데 98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청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80세가 넘은 후에야 비로소 학문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그는 85세의 나이에 자신의 저서 중 가장 장편인 80만자에 달하는 ‘당사(糖史)를 완성했다. 이 책은 고대 중국과 인도, 페르시아, 아랍, 이집트, 동남아의 문화교류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93세부터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하루 4~5시간 독서와 집필을 멈추진 않았던 그는 ‘나이 백살을 맞으며’라는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99세 생일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2009년 7월 삶의 여정을 마감했다.

▲비록 지센린과 같은 위대한 학자는 아니지만 80세를 넘긴 나이에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한 강 작가도 후세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 그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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