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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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열대야(熱帶夜)를 이기는 방법으로 ‘열(10)대야의 물을 뒤집어쓴다’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섭씨 25도를 웃도는 폭염의 밤이 계속되면 이마저 소용없다. 대낮의 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한밤의 열기다.

이처럼 하루 중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열대야라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2009년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인 걸 열대야로 재정의했다.

이 용어는 1966년 일본의 기상학자 구리시마 아쓰시가 만들었다. 나아가 그는 ‘초(超)열대야’라는 말까지 지어냈다. 최저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 밤을 말한다.

이쯤이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나는 밤이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도 자주 깨게 된다. 이런 선잠을 ‘괭이잠’이라 한다.

▲기상 관측 이래 우리나라에 초열대야가 나타난 건 딱 한차례다. 2013년 8월 8일 강릉에서 30.9도가 기록된 게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강릉 기온이 28.8도까지 올라간 걸 보면 초열대야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올여름 무더위가 ‘역대급’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거다. 국내 111년 관측 역사상 폭염일수가 둘째로 길었던 2016년 여름 같은 불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해 여름 전국의 폭염일수는 24일, 열대야일수는 32일을 기록해 1994년에 이어 각각 역대 2위였다. 당시 온열환자가 2100명 넘게 속출했고 불쾌지수가 높아져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특히 냉방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씩 ‘전기료 폭탄’을 맞은 가정이 많았던 기억이 선하다.

▲제주지역도 밤새 편안했냐는 인사가 통할 만큼 염천에 열대야까지 무더위가 기승이다. 엊그제 구좌읍 김녕리의 낮 기온이 37.4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10일 이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무더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럴 때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고령의 독거노인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더욱이 근래 경제도 정치도 어느 것 하나 청량한 게 없다. 민심은 ‘미친 날씨’에 투정해보지만 불쾌감은 영 가시지 않는다. 날씨든 인생사든 대기 순환이 순조롭지 못한 탓이리라.

이글거리는 태양과 불면의 밤의 연속이다. 어느 해보다 더위와 싸울 각오를 다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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