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능성이 100% 기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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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던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가 우승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개인은 물론 국가의 명예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쌓아 온 모든 기량을 운동장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승자는 기뻐서 울고, 패자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제 모든 경기는 끝이 났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 팀은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세계의 벽은 높았다. 밤잠을 설쳐 가며 응원했던 국민들은 실망과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팀은 예선전에서 연패해 16강에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가운데, 마지막 독일과 맞붙게 되었다. 순위가 말해 주듯, 세계 1위와 50위권 안팎의 팀이 경기를 하는 것은, 객관적 기량에서 버거운 상대임은 틀림없다. 공이 둥글다 해도 패할 것은 기정사실인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하룻밤 새 기적이 일어났다. 예상을 뒤엎고 한국 팀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카잔대첩이었다. 세계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큰 이변이라고 특종기사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선에 탈락한 선수들은 아쉬움을 안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마침 공항에 마중 나온 팬 중에서 갑자기 날계란을 던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축구는 응원단이 12번째 선수라고 한다. 응원단과 선수는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승리하면 모두의 승리요 패하면 모두 패자다. 패배의 원인을 선수의 몫이라고만 치부해 버리는 것은 지나치다. 우리 마음 자세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예선이 있던 날, 기세등등하던 일본이 역전패 당했다. 그럼에도 많은 응원 팬이 관중의 빠져 나간 경기장에 남아 쓰레기를 말끔히 치웠단다. 자칫 흥분해 돌출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는데 이성을 잃지 않았다. 경기에는 졌지만 양심은 버리지 않겠다는 의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외국 언론들은 ‘매우 특이한 풍경’이라는 찬사를 보탰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똑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영국 일간 더선은 일본이 경기에선 패자였지만, 경기장에선 승자였다며, 일본 축구 팬들은 세계 최고의 매너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그뿐 아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썼던 라커룸을 마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한국 팀이 예선전을 치르던 날, 광화문에서는 열띤 응원이 벌어졌다. 경기에 패하자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광장을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는 버려진 쓰레기만이 너더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우리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한국 팀이 패한 것은 선수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 우리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졌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남의 탓으로만 돌리다가 보면 반목과 갈등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떠한 것도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이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지금이 바로,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하는 국민의식이 필요한 그때다.

독일 경기에서 1% 가능성이 100%의 기적을 이룬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한 판 승부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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