瘴雨注如瀑 장우주여폭 궂은비 폭포 같아/
沈田認衆心 침전인중심 잠긴 논밭 농부 맘 알겠구나/
斜過風不與 사과풍불여 태풍 비껴 지나지 않았다면/
秋夕憂茶斟 추석우다짐 추석 차례 걱정 심했을 걸/
■주요 어휘
▲瘴雨(장우)= 장기(瘴氣)를 품은 비, 궂은비, 瘴=장기 장 ▲衆心(중심)= 여러 사람의 마음 ▲不與(불여)= ∼하지 않다. 東風不與周郞便(동풍불여주랑편)=동풍이 주랑(周郎)의 편을 들지 않았다면 주유(周瑜)는 조조(曹操)에게 적벽대전에서 패했을 것임을 암시하는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적벽에 나오는 시구(詩句)임 ▲茶斟(다짐)= 茶斟酒(차와 술을 따르다), 斟=술 따를 짐
■해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호우와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집 앞 텃밭에 심은 고추랑 가지, 노각이 가지가 꺾이고 뿌리 채 뽑히기도 하였다. 내가 심고 가꾸어서인지 무척 아까웠다.
이번 태풍은 다행히도 우리나라를 관통하지 않고 비껴 지나갔다. 그러나 그 영향은 최고 500㎜의 강수량으로 인하여 전북지역이 4,169ha가 침수된 것을 비롯해 전남지역은 2,577㏊, 충남지역에서는 1,607㏊가 물에 잠기는 등 농어촌에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다.
우리 농부들의 마음은 어떨까? 조그만 텃밭을 통해 농심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漢詩는 이러한 농부의 마음을 소재로 지어 보았다. 3‧4구에서 장마와 태풍의 피해, 그리고 농부들의 아픔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斜過風不與 秋夕憂茶斟’으로 표현하였다. 곧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여 농작물과 과일나무에 피해가 컸다면, 추석은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없을 것이며 소홀히 할 수 없는 추석차례 지내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의 압운(押韻)은 평성 침운(侵韻)으로 ‘心, 斟’이며, 평측(平仄)은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 平仄仄平平’이다. <해설 무운 김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