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일본의 외국인 정책
새롭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일본의 외국인 정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민정, 일본 치바대학교 준교수

지난 6월 일본정부는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 수용정책의 대전환을 담은 ‘경제재정운영의 기본방침(経済財政運営基本法)’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단순노동으로 외국인 고용이 금지돼 왔던 ‘건설’을 비롯한 ‘숙박’, ‘개호’, ‘조선업’의 5개 분야에 새롭게 체류 자격을 신설했다. 2025년까지 50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를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취업 기간도 최장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조절했다. 또한 고용조건의 하나였던 일본어 능력도 단순 회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문턱을 낮췄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199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의 증가를 체험해 왔고 그에 따른 사회문제도 먼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외국인정책이나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행보는 한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은 출입국관리나 외국인노동자 고용에 대해 일본의 정책을 참고하는 부분이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 명목이 아닌 ‘노동자’로서 수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산업연수제도(産業研修制度)’ 시행이 한 예다.

본지의 3월 28일 자 필자의 해외논단에서도 이미 지적했듯이 일본정부는 외국인 이주자가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하고 일본산업계가 더 이상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때도 외국인 이주자의 수용에는 소극적이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소극적 행보를 생각하면 최근에 발표된 방침은 가히 획기적인 전환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산업계가 기대하는 인재 확보를 우선시한 나머지 일본어 능력과 재능이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를 서둘러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향후 중장기적으로 체류하게 되는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적 지원 정책이 수반되지 않음으로 해서 향후 빚어지게 될 외국인과의 사회적 갈등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러한 염려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 또한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초당적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일본어교육추진의원연맹(日本語教育推進議員連盟)이 추진하는 가칭 ‘일본어교육추진기본법(日本語教育推進基本法)’의 원안(原案) 마련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일본어교육추진의원연맹’은 올 가을 임시국회에 이 원안을 제출할 것을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일본어교육의 추진을 국가와 지방행정자치제의 ‘책임’으로 하고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본어 교육의 기회를 확보하는 기본이념과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어교육 지원이 대부분 지역의 일본어 볼런티어 교사가 담당해 왔던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법안 상정의 움직임은 일본사회의 외국인 정책에 대한 또 하나의 큰 행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일본어교육추진기본법’이 오롯이 외국인에 대한 교육 지원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일본어교육 추진에 대한 목표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에 관한 정책은 그 사회의 구성원의 자리매김과 향후 한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식의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일본의 외국인 정책에 대한 근본적이고 제대로 된 고민이 지금이야말로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