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절식(伏節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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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여름이라도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삼복(三伏)이 가장 더운 때다. 오늘은 그중 복 더위가 절정을 이룬다는 중복이다.

이날이면 불더위를 물리치려 복절식(伏節食)이라고도 하는 보양식을 먹는다. 그 복절식으로 단연 보신탕과 삼계탕을 꼽는다.

지금이야 장어, 전복, 민어, 쇠고기, 삼계탕 등 보양식이 다양하지만 예전엔 보신탕을 주로 먹었다. 조선조 ‘동국세시기’ 기록에는 개를 잡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이라 했다. 죽순을 넣으면 더 좋고,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먹는다.

그렇게 해서 땀을 뻘뻘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운 성질의 탕을 먹음으로써 복염에 지친 몸을 이열치열로 회복시켜 준다는 거다.

▲더위를 달래는 복절식은 비단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일본은 복날에 장어를 먹는 풍습이 있고, 중국에선 불도장과 거북탕을 즐긴다. 그중 잉어 부레와 사슴 힘줄, 동충하초, 해삼, 송이 등으로 만드는 불도장은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힌다.

복날 풍습이 없는 서양에도 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거위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론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을 가장 뛰어난 보양식으로 여긴다.

우리에게도 더운 성질의 탕 외에 시원한 냉탕 요리도 제법 많다. 미역초무침과 청채, 냉면 등이 그것이다. 찬 음식인 냉면에 따뜻한 성분의 겨자를 곁들인 것도 놀라운 지혜다. 과일로는 계곡물에 담갔다가 꺼내 먹는 수박과 참외 맛이 일품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1500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1487명으로 보고됐다. 50대 이상이 6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망자도 17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로 볼 때 선조들의 ‘복달임’은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복달임이란 삼복 때 보양식을 끓여 먹거나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풍습을 말한다.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을 식히는 것이다.

적절한 휴식에 두어 가지 영양 보충을 하다 보면 이 폭염 또한 지나갈 터이다.

무엇이든 간에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며 먹는 음식이야말로 보양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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