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 후
불편한 동거 후
  • 제주신보
  • 승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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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란, 동녘도서관 글따슴 회원

예정된 비행시간의 지연으로 발생한 여유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연일 불볕더위로 인한 에어컨 풀가동은 실내외 온도 격차를 극심하게 만들어 중간 지대가 전무하다. 혹서와 혹한은 역시 젊은이들 계절이다.

뜨거운 차 리필로 찬 실내공기에 맞서며 시간을 보냈다.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보안 투시기에 가방이 걸렸다. 가방 안에 위험 물건이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내용물이었는데 상경 시엔 무사통과가 제주행에선 걸린 것이다.

우리 같은 노인 가방에 무슨 위험물이 있겠냐고 물으니 조사 확률이 제일 높은 층이란다.

사진만으론 위험물을 찾을 수 없어 결국 가방을 활짝 열어젖혔다. 공공장소에서 낱낱이 공개된 일상적 필수성은 비루함과 동일선상이었다.

삼다수병에 담은 죽염수가 위험물로 밝혀지자 검색대 직원과 우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위험물의 존재가 죽염수였듯 아들 가정사도 아주 평범한 문제가 위기로 전환된 것은 아니었을까? 분별력 부족으로 결혼을, 인내력 부족으로 이혼을, 기억력 부족으로 재혼한다던 말에 전적인 수긍을 하며 마지막 탑승 명단이 된 우린 사력을 다해 뛰었다.

마흔이 코앞인 아들 부부 갈등에 어처구니없는 개입으로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돌아왔다. 결혼 초부터 능동적 며느리와 수동적 아들의 빈번한 다툼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만 여겼다. 이런 지극히 편협한 개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지면을 빌리는 이유는 대세적 타당성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 가정 대다수가 양가 어머니 그림자 노동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현실에서 불거져 나오는 현실적 문제들에 너, 나 없는 관심과 대안을 고민할 때다. 시대를 초월한 결혼 전 아들들의 무관심과 대화 부족은 총각네란 야채가게가 번성하는 것으로 표출되었을 정도다.

그런 아들들이 결혼 후 부모님께 살갑게 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인 아들이자 사위인 젊은 가장들은 며느리 시집살이 버금가게 편편치 않음도 배려 받지 못한다.

신비감으로 비춰졌던 약점들이 하나, 둘 드러날 때 쯤 하나, 둘 자식을 가진 부모가 된 엇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 부부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는 건 당연하다. 절대적 빈곤보단 상대적 빈곤으로 젊은 부부들 삶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어느 부부인들 싸우지 않고 살 수 없으며 어린 자녀 부모다운 건강한 싸움은 부부만의 특권이다. 부부 문제들은 그들만이 풀 수 있음에도 양가 부모가 끼어들 현실적 여지는 넘쳐 난다. 시가든 처가든 함께 거주하는 쪽 무게가 형평성에 어긋나 공정한 부부 싸움이 진행될 리 없다. “부부 싸움은 현명하게.” 최근 참석한 어느 결혼식 주례사였다.

부부 싸움 중요도를 새삼 확인시킨다. ‘처 월드’와 ‘시 월드’ 힘겨루기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에서 반걸음만 물러나 보면 초저출산 국 탈출 방안 1순위와 젊은 부부 싸움 1순위는 깊게 맞물려있음이 자명하다.

이혼의 단초가 되는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란 순기능을 되찾을 때다.

스스로 선택한 결혼이니 자녀 양육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합당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만이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