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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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섬사람들의 비만도가 높은 것은 아이러니다. 칼로리 낮은 제철 생선과 해산물,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웰빙 조건에 있으나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 상위 10개국 가운데 9곳은 남태평양 도서국들이다. 최대 비만 국가는 쿡제도(Cook Islands)로 비만율이 50.8%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비만으로 분류된 것이다. 파라오와 나우루, 사모아, 퉁가 등도 40% 넘는다. 이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유전적인 영향, 문화적 특성, 식습관의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다. 3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100세인 비율과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장수마을이었지만, 현재는 비만율이 본토인의 2배에 이르는 건강 위험 지역이다. 식생활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는 생선, 콩, 미역, 채소를 많이 먹었지만, 미군이 주둔하면서 패스트푸드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제주도의 비만도 만만치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에 발표한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만율은 전국 254개 보건소를 기준으로 한 시군별 비교에서 제주시 서부지역은 38%로 3위, 서귀포시 동부지역은 37%로 6위다. 반면에 걷기실천율(1일 30분 이상 걷기를 주 5일 이상)은 바닥권이다. 서귀포시 서부지역은 16%로 전국 시군 중 2번째로 낮았고, 서귀포시 동부지역도 21%로 하위권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 동국대 일산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도민의 허리둘레가 81.8㎝로 전국에서 가장 굵었다. 가장 날씬한 광주(79.9㎝)보다 1.9㎝ 굵었고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도 24.3으로 제일 높았다. 이런 이유로 중앙 한 언론에서는 제주도를 ‘뚱보도(島)’라 지칭할 만하다고 했었다.

맞벌이 비중이 61.5%로 전국 최고이다 보니, 자녀들끼리 가정에서 보내면서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때우게 된다는 것이 병원 측이 분석한 비만의 이유다. 여기에 과거에는 버스가 없으면 걸었지만, 지금은 가까운 거리도 승용차로 이동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먹방(먹는 방송)’을 손볼 대상으로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먹방이 폭식을 초래하고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어쨌든 도민들로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먹방이 제주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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