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비 엉킨 강렬한 환상…‘사랑의 징표’로 삼았다
꽃·나비 엉킨 강렬한 환상…‘사랑의 징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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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미술 걸작전②
천경자 作 ‘아열대Ⅱ’. 꽃, 나비, 뱀이 주요 소재로 쓰였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천경자 作 ‘아열대Ⅱ’. 꽃, 나비, 뱀이 주요 소재로 쓰였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천경자-화려한 채색 한국화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경자. 뱀, 꽃, 여인을 소재로 채색 한국화를 주로 그렸다. 화려한 채색 기법과 자전적인 주제,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 등을 여행하며 그린 이국적 풍물화와 인물화는 천경자의 작품을 구분 짓는 특징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아열대Ⅱ’는 꽃, 나비, 뱀이 주요 소재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꽃과 나비를 일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징표로 여겼다.

그가 그린 꽃은 산과 들판에 핀 것이 아닌 항상 다발과 무리로 묶여 있는 형태다. 꽃다발과 꽃무리는 그의 여성 인물화 양식이 정형화되기 이전인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걸쳐 줄곧 등장한다.

그가 자주 그렸던 ‘여인’은 자화상이다. 여동생이 폐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픔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고통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인 ‘뱀’을 택해 화폭을 35마리의 뱀으로 가득 채운 작품도 있다. 베트남전 종군화가로도 활동했다.

 

박노수 作 ‘기마행’.
박노수 作 ‘기마행’.

▲박노수-말 소재 그림 거장

말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다. 1960년대 말을 탄 인물이 산천을 누비며 사냥을 하는 광경을 자주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달리는 말보다 하늘을 나는 말이 부럽다며 비마도를 많이 그렸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백마와 소년을 자주 그렸다.

이번 전시 작품 ‘기마행’에서도 흰말을 탄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년은 머리카락이 짧고 단정하며 목은 길고, 등은 약간 굽었다. 측면의 자세를 하고 있으며 손에 긴 창을 든 채 흰 말을 타고 유유히 움직이고 있다.

그림 속 소년은 유년기를 산촌에서 보낸 작가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미술평이 있다.

 

이응노 作 ‘군상’.
이응노 作 ‘군상’.

▲이응노-서예 조형성 현대화

서예의 조형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문자 추상, 군상 연작 등을 남긴 작가다. 그는 동양화의 전통적 필묵이 갖는 현대적 감각을 발견해 전통성과 현대성을 함께 아우른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응노의 전반적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소장한 작품 가운데 이응노 작가의 작품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작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 봉제 공장을 작업실로 삼아 주변에서 수집한 천조각, 종이 등을 활용해 비구상의 화면을 만든다. 자신이 덮었던 이불을 활용해 만든 작품도 있다.

특히 1970년대 작품을 스스로 ‘서예적 추상’이라고 정의했다. 전통적 서체를 확장, 변형, 해체하거나 문자 기호들의 윤곽선을 뚜렷하게 제시한 문자추상을 전개했다.

1980년대 활달하고 경쾌한 붓질로 사람의 형상을 글씨 쓰듯 드로잉하는 ‘군상’ 연작을 제작했다.

 

문신 作 ‘무제’.
문신 作 ‘무제’.

▲문신-생명감 넘치는 조각

화가이자 조각가인 문신은 프랑스에 건너간 이후 단단한 아프리카산 흑단나무와 쇠나무를 사용해 특유의 생명감 넘치는 조각 작업을 시작했다.

작품은 시메트리의 조화롭고 안정감 있는 구도 속 형태가 미세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흑단’이라는 목재가 품고 있는 결에 의해서 작품은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진다.

또 다른 전시 작품은 무한히 올라가는 기둥의 일부를 취한 형식으로 5개의 타원형 구가 위로 쌓여 올라간 구축적인 형태다.

 

오윤 作 ‘바람부는 곳Ⅰ’.
오윤 作 ‘바람부는 곳Ⅰ’.

▲오윤-민중판화 대표 작가

민중판화에 대표 작가다. 목판화 특유의 강한 음영 대비와 날카롭게 조각된 선을 통해 인간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쾌하게 표현됐다.

4개의 작품이 전시된다.

‘바람부는 곳 Ⅰ’은 1983년 작품 ‘애비’와 함께 봐야 한다고 한다. 그 시선이 동일하기 때문. 애비의 굵은 손은 아들을 감싼 채 좌측의 ‘바람 부는 곳’을 당혹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애비’의 흰 여백이 새벽 어둠을 가르며 번지는 아침 해라면 ‘바람부는 곳Ⅰ’은 아들을 품고 누웠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는 순간의 ‘깨어남’ 같은 느낌이다.

작품 ‘도깨비’는 말년 대표작이자 목판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는 힘의 근원을 근육의 구조만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석굴암의 금강역사처럼 기의 표현으로도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 작품 속 도깨비의 몸은 작가가 말한 기의 표현이다.

 

권옥연 作 ‘환상적인 입상’.
권옥연 作 ‘환상적인 입상’.

▲권옥연-원형적 이미지 추상화

파리에서 앵포르멜의 격정을 몸소 체험한 화가는 귀국 이후 한동안 원형에 가까운 이미지를 다룬 추상적인 작업에 몰두했다.

전시작 ‘환상적인 입상’은 작가가 원형적 추상 이미지에 몰두하던 시기 막바지에 그린 회화 가운데 하나다. 단단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채 구성과 촉각적 질감이 독특한 긴장관계를 이루며 이중삼중의 정신적 억압 또는 드러냄과 감춤의 중단 없는 왕복운동을 현시하는 작품이다.

 

곽인식 作.
곽인식 作.

▲곽인식-수묵 채색 추상화

일본에 정착한 재일 한국인 화가다. 전시 작은 화려한 수묵 채색 추상화 작업으로 1980년대를 대표한다.

이전 시기 진한 검은 점들이 점차 농도가 흐려지며 간간히 보이던 채색은 마지막에 이르러 강렬하고 화려한 색점이 돼 화면 전면에 등장한다. 4폭 병풍처럼 구성된 이 작품의 점들은 종이 앞뒷면에서 찍혀 있어서 농담의 차이 뿐 아니라 도일 색채라도 색채효과가 상이하다.

이런 붉은색과 푸른색 계열의 강렬한 색점들이 강박적으로 반복되고 중첩되면서 우연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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