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단(壟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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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농단(壟斷)은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은 언덕이라는 말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이익과 권력을 독차지한다는 뜻이다.

농단은 ‘맹자(孟子)’ 공손추 편에 나온다.

맹자는 “누군들 부귀해지기를 원하지 않겠는가만 유독 높은 곳에서 혼자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자가 있다”고 말했다.

농단은 바로 ‘유독 높은 곳’이다.

옛날 시장은 물건을 가지고 나와 물물 교환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한 사내가 시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꿰고, 시장 이익을 그물질하듯 거둬갔다.

사람들은 그를 천하게 여겼고, 그 이후로 시장에는 세금이 생겼다.

이를 계기로 농단은 본래 뜻인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서 높은 곳에 올라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독식한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농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전후해 우리사회를 도배한 단어다.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 PC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국정 농단’이라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한 문건 196건이 지난달 31일 추가로 공개됐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최종 보고서에서 언급한 410개 문건 가운데 1차 공개한 98건과 중복 자료를 뺀 나머지 문건이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고, 국회와 언론 등에 전방위로 대응한 방식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두 차례 공개된 문건들은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등이 작성한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법원 상층부에서는 여전히 수사를 거부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사법 농단 의혹 진실 규명에 방어적으로 대응한다면 국민들의 사법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법원은 사법 농단 의혹 관련 문건 공개로 모든 것을 다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적극적으로 사법 농단의 실체를 밝히는데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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