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이상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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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이제 빛바랜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추억하며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시민사회가 된 지 오래다. 시민사회는 그 최고가치인 시민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정통성 있는 합당한 권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권력기관이나 기업 등에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권위주의는 청산되어야 하지만, 정당한 권위는 보장되고 지켜져야 한다. 권위는 지식과 통찰력, 조정 능력 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국가사회를 통솔하고 지탱하는 힘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되어 불신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일부 판사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상실은 물론이고 배신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재판거래라는 생소한 단어가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그 내막을 잘 모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거래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을 사고파는 일’, ‘오고 가는 일’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요즘 회자되는 재판거래라면 ‘오고 가는 일’에 방점이 찍힐 듯하다. 그러면 무엇이 오고 갔는지가 수사의 표적이 될 게다.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일부 판사를 중심으로 현행 삼심제(三審制)외에 상고(上告)법원 설치를 추진했다고 한다. 상고법원은 대법원 업무가 폭주하여 별도로 민·형사 등 일반사건 재판을 전담하는 법원이다. 상고법원 설치의 타당성은 차치하고도, 새 제도의 도입은 신중해야 하며 수단과 방법은 적법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 재판거래라는 불법적 수단이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대하는 판사를 불법사찰하고, 권력에 코드를 맞추며 재판을 거래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등 거래내역이 밝혀지고 있지만, 이게 재판이 거래대상이 되는지 아연질색 할 따름이다.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영장을 자기에게 발부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떤 실체가 드러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사법부만큼은 신뢰했는데 직권남용과 재판거래라니 심한 배신감에 충격이 크다.

사법부는 입법·행정부를 견제하고 법치주의 정신으로 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기관이다. 또한 법을 수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법 적용에 있어 법관은 외압이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하며, 법관은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모든 권위는 신뢰를 기반으로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내는 힘은 신뢰를 전제로 올바른 법해석에 기인한다. 신뢰를 상실하면 권위가 실추되며 사회는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국가의 법과 제도에는 정당한 권위가 있어 국민들은 이에 구속되고 이 사회가 지탱된다. 권위를 지키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사법부가 불법을 자행하여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사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직권을 남용하고 재판거래로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킨 사람들은 단죄되겠지만, 이 혼돈이 끝나 사법부의 정당한 권위를 다시 찾는 날은 언제일까. 국가기관의 정통성 있는 권위는 꼭 유지되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향유하며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진정한 문화시민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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