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제는 사인을 보내야 한다
제주 경제는 사인을 보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영수, ㈜MD헬스케어 상임고문/논설위원

제주 오메기 떡은 맛이 있다.

필자는 제주에 갈 때마다 제주 동문시장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몇 달 전에 가 보니 요즘 오메기 떡이 대세인 듯 떡을 파는 집이 10여 군데는 돼 보였다. 경쟁자가 많아진 것인데, 그래도 원조라고 불리는 떡집은 여전히 손님이 많았다. 맛은 사실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가게를 해오면서 쌓은 명성은 결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투자에서는 이러한 것을 프랜차이즈 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이라는 투자자가 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통해 세계에서 5대 부자가 됐고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 우리나라 돈으로 30조원 규모이다. 그와 한 끼 점심 먹는 데 수 십 억원의 경매가 붙기도 한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주식들은 코카콜라, 맥도날드, 월마트 등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 바꿔 말하면 프랜차이즈 가치가 높은 기업들이다.

프랜차이즈 가치가 높은 기업들은 브랜드, 기술력, 규제 등에 의해 진입 장벽을 높이 쌓아 경쟁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관광 사업에 있어서 지난 7월 30일 자 제주 시론에서 언급했듯이 투자자의 눈으로는 ‘제주인은 관광 사업에 있어서 원천적, 우선적 영업권이 있다’고 보인다. 이 말은 조상 대대로 제주에서 나고 자라 생활하고 있는 제주인에게는 원래부터 제주 관광에 대한 프랜차이즈가 있고, 그 가치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 공공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역 통계 수치들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제주인은 원조 프랜차이즈 권리를 맛 보지도 못한 채, 새로운 관광 사업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거나, 뒤늦게 참여해 열심히 해보고는 있으나, 실제 돈은 별로 벌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식당을 개업할 수는 없다. 자금도 없고 노하우도 없다. 홍대 앞에서 카페를 하다 온 사람과 제주인이 월정리에서 카페를 열어 경쟁하면 제주인은 돈을 못 벌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움이 필요하고 공공은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원래는 프랜차이즈가 있는 제주인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야 하는 운동장이다.

관광 사업에 대한 범위를 넓힐 필요도 있다. 관광 사업이라 하면 여행업이나 관광 숙박업 등으로 미리 한정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짜는 여정을 생각해보면 관광 사업의 범위가 넓고도 다양하다. 목적지로 이동하고,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모든 행위속에 관광 사업이 있다. 특히 자유 여행이 대세가 되면서 펜션이나 민박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과 음식점, 카페 등은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찾게 될 것이고 제주인이 이 분야에 참여할 여지는 아직도 많다고 본다.

또한 잠재적인 경쟁을 줄여주는것이 좋다. 음식점이 아무리 잘되고 맛이 있어도 주변에 경쟁자가 많아 지면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관광 사업의 진입 요건을 높이는 식으로해서 추가적인 경쟁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외부로 ‘사인’이라도 보내야 한다. 자영업을 하기 위해서 더이상 제주로 오지 말라고, 제주도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TV에 나오는 것처럼 늘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국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요즘 많이 어렵다. 이 분들이 제주를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며 몰려든다면 제주 섬은 앞으로 심각한 과잉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