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錦衣還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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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중국 전국시대 때 진나라 수도 함양에 진입한 초패왕(楚覇王) 항우는 약탈과 방화를 자행하며 금은보화 등을 얻자 고향이 보고 싶어졌다. 그는 성공하고도 고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금의야행(錦衣夜行)과 같다며 미녀들까지 거둬 초나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한생이란 선비가 나서서 요충지를 버려선 안 된다며 극구 말렸다. “이곳을 근거지로 하면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며 간언했다. 그래도 항우는 “비단옷을 입었으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초나라로 향했다. 초나라는 중국 남부에 있어 당시 천하의 중심인 북부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는 사이 그와 천하를 놓고 싸움을 벌인 유방은 세력을 키우면서 암중모색할 수 있는 여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후에 역사가들은 항우의 ‘고향 앞으로가’가 천하를 유방에게 넘겨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고 평했다.

▲금의환향은 소위 출세해 고향에 돌아옴을 이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타향살이를 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여러 방식의 금의환향을 꿈꾼다.

서양의 심리학자들은 이를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로 설명한다. 이를 놓고 보면 금의환향은 동서고금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인 셈이다.

인간욕구 5단계설로 유명한 매슬로는 존중감을 또 다시 상·하로 구별했다. 높은 수준의 존중감은 자기 존중에 대한 욕구라고 했다. 소위 ‘셀프(self) 존중’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가진 강인함, 경쟁력, 자신감, 독립성 등을 말한다. 낮은 수준의 존중감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다. 지위나 명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타인으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스스로 자신을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존중감을 충족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타향에서 나름의 성공 신화를 쓴 제주인들의 이야기가 육성으로 도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진행하고 있는 ‘제주人 아카데미 강좌’가 그것이다. 지난 4일 첫 강좌에서는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71)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타향살이를 ‘달파’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에 비유했다. 달파를 그의 성 뒤에 붙이면 ‘고 달파’가 된다. 지금은 금의환향이나 다름없지만, 그 과정은 신산(辛酸)했음을 엿볼 수 있다. 금의환향에도 연륜이 묻어나야 타인들도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항우는 너무 일찍 고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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