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결정짓는 희소성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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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사람이 생존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물이지 다이아몬드가 아니다. 그렇지만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물보다 훨씬 비싸다.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희소하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물보다 더 유용한 것이 없지만 물로써 다른 것을 살 수도 없고, 물을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도 없다. 이와는 반대로, 다이아몬드는 사용가치가 거의 없지만, 다이아몬드를 매우 큰 수량의 다른 재화들과 교환할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요즘 생수가 비싼 것은 깨끗한 물이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격을 결정짓는 것은 희소성의 원칙이다.

부동산 부자이자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드넓은 오클라호마의 땅보다 좁디좁은 뉴욕 맨해튼에 빌딩 13채를 가지고 있다. 그가 맨해튼을 선호하는 것은 맨해튼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밖으로 확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물이든 개발 제한 법률이든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된 곳이 희소성으로 인해 투자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홍콩이다. 물로 둘러싸여 공간 확대에 제약을 받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시애틀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높은 도시들이다.

직업과 전공 선택에서 희소성의 원칙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스르는 두 가지 심리가 있다.

첫째,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남들을 따라 하려는 성향이 있다. 사람은 혼자 외따로 지내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안전하고 편안하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서 많은 사람들과 똑 같이 투자하면 돈을 벌기 힘들다. 무리에 속해 투자하는 사람은 시장이 호황이면 비싼 가격에 사고, 시장이 불황이면 싼 가격에 팔기 쉽다. 시장 동향을 잘 파악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아는 투자 전문가는 대다수 사람들과 정반대로 불황이면 싼 가격에 사들이고 호황이면 비싼 가격으로 되판다.

둘째, 어떤 일을 내가 남들보다 잘할 것 같으면 그 일을 선택하기 쉽고, 내가 남들보다 못할 것 같으면 그 일을 포기하기 쉽다. 일 중에는 쉬워 보이는 일이 있고 어려워 보이는 일도 있다. 묘하게도 사람들은 쉬운 일은 내가 남들보다 더 잘할 것이라 과대 추정하지만, 어려운 일은 내가 남들보다 훨씬 못할 것이라고 과소 추정하는 성향을 갖는다. 내가 잘할 것처럼 보이는 쉬운 일은 남들도 똑 같이 자기가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자들로 넘쳐나는 시장에 있으면 자신의 몫은 작아지게 마련이다. 남들이 가는 쉬운 길보다 남이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을 택해야 나의 희소가치가 커진다.

며칠 전 어느 연예인은 TV 강연에 출연하여 “국회의장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였다. 똑같이 내려치는 망치로서 평등하게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올 수 없을까 고민하는 연예인처럼 링컨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했다.

링컨 대통령은 “석탄을 캐는 노동자가 하루 70전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인 나는 관념적인 말이나 늘어놓으면서 하루에 70달러를 받습니다. 석탄이 관념보다 중요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노동자와 나의 임금 차이는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석탄 노동자는 많지만 국가를 관리하는 대통령은 1명뿐이다. 어느 연예인과 링컨의 생각과 달리 가격은 유익함이 아니라 희소성으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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