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태풍’
‘착한 태풍’
  • 제주신보
  • 승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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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7일은 절기(節氣)상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立秋)였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폭염은 쉽사리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절기가 무색하게 폭염특보가 지속되고 있는 거다. 무려 28일째다.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제주에서 가장 긴 기간이다.

‘잠 설치는 열대야’도 18일째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현상이다. 도민들이 밤낮으로 시달리고 있는 게다. 온열질환자와 농작물·가축·어류 폐사 등 폭염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잔인한 여름이 아닐 수 없다.

▲태풍은 북태평양 서남부에서 발생해 아시아 대륙 동부로 불어오는 폭풍우를 수반한 맹렬한 열대 저기압을 말한다. 보통 연간 30여 개가 발생한다. 그중 한 해 3개 정도가 주로 7~9월에 우리에게 찾아온다. 어느 해엔 5, 6개의 태풍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태풍이 접근하면 초속 17m이상의 폭풍과 함께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다. 바다엔 높은 파도가 인다. 그로 인해 수목이 꺾이고, 건물과 어항시설 등이 파괴되기 일쑤다. 통신 두절과 정전, 하천 범람, 주택 및 도로 침수, 사망 사고 등도 잇따르게 된다.

▲해마다 여름이 시작되면 우리는 태풍 소식에 촉각을 곤두 세우곤 한다. 태풍 내습 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뒤따라서다. 때론 재앙적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태풍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다. 아니 생생한 악몽으로 남는 경우가 적잖다.

1959년 제주를 덮친 태풍 ‘사라’를 시작으로 1985년 ‘브랜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7년 ‘나리’, 2012년 ‘볼라벤’, 2016년 ‘차바’ 등이 거기에 해당된다. 모두가 제주에 큰 상처를 안겨준 ‘나쁜 태풍’이다.

▲한데 태풍엔 우리 삶에 이로움을 주는 ‘착한 태풍’도 있다.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으로서 물부족 현상을 해소시켜 주고 무더위를 식혀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해수를 순환시켜 바다를 활성화하는 유용한 면도 지닌다. 이른바 ‘태풍의 양면성’이다.

북상 중이던 제13호 태풍 ‘산산’이 9일께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에도 태풍이 제주와 한반도를 비껴가는 것이다. 곳곳에서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착한 태풍’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