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띄우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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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여보! 우리가 혼인한 지도 어느덧 48주년이 되었군요.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가난한 말단 공무원에게 시집와서 박봉으로 넷이나 되는 아이들 키우랴, 연로하신 시아버님 모시고 병 수발하랴, 우리 집안 대·소사를 잘 꾸려줘서 정말 고맙소.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구려. 지금껏 우리 가정을 위하여 헌신하며 착하게 살아준 당신에게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 무엇이라고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당신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이 한없이 아프답니다. 만약 다른 여자가 우리 집에 시집을 왔더라면 과연 그 엄청난 집안일을 감당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듭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짐만 지워준 이 못난 남편을 용서해 주시구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여보! 정말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었소. 내가 당신에게 잘 해준 게 아무것도 없군요.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퇴직 전에 당신이 근검절약해서 알뜰하게 저축한 자본으로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사기꾼에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진 당신은 남의 과수원이나 밭에서 감귤 따는 일에서부터 밭농사 일까지 힘들게 하면서도 지치고 괴롭다는 내색도 하지 않으며 살아왔어요. 그런 당신에게 진실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여기서 류을혁 시인의 “내 사랑 당신”이란 시 구절 일부가 생각납니다. “당신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삭막한 세상 서글퍼서 어쩔 뻔 했어/ 하늘이 내게 주신 인연은 오직 당신뿐/ 그 인연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삭막한 세상 나 혼자서 어쩔 뻔 했어” 여보! 그 많은 세월을 정신없이 고달프게 살아온 사랑하는 당신! 우리 가정이 가난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 기나긴 세월을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묵묵히 참으면서 살아 주었고, 그 흔한 짜증 한번 내는 일 없이 믿고 살아준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실패와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실수를 덮어주는 데에 있다고 합니다. 삶에 힘겨워 하는 반쪽을 나머지 반쪽이 주는 격려의 말 한마디는 행복한 가정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 될 것입니다. 부부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고 서로 존중하는 동반자 관계입니다. 부부간에는 좋은 말은 백 마디를 해도 좋지만 헐뜯는 말은 한마디만 해도 가정에 해롭습니다. 부모의 삶의 모습은 우리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의 생활에 유익한 교육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입니다. 아내가 편안해야 가정이 편안하다는 것을 압니다. 아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부부가 사이도 좋아집니다. 아내의 이해와 아량이 부족하다면 집안에는 냉기가 돌 것입니다. ‘사랑 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 정말 좋은 말입니다. 앞으로 이런 말을 많이 하면서 살겠습니다. 여보! 당신이 외출할 때엔 휴대폰은 챙기고 가는지, 매일 복용하는 약은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서로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가며 그렇게 우리 남은 황혼인생을 아름답게 그리고 사이좋게 살아가야지 않겠습니까. 여보!!

당신의 남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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