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실사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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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진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한서(漢書) 하간헌왕전(河間獻王傳)의 ‘수학호고 실사구시(修學好古 實事求是)’에서 나온 말이다. 청나라 초기 고증학(考證學)파 학자들이 공리공론(空理空論·이치에 맞는 않는 헛된 이론)에 빠져 있는 송명이학(宋明理學), 즉 성리학을 배격하며 학문적 태도로 실사구시를 추구했다.

▲우리나라는 조선 중기 이후 유형원, 이익, 박지원, 박제가 등에 의해 실사구시의 학문적 방법론이 실학(實學)사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정약용과 김정희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실학자다.

이들 실학자들은 공맹(공자와 맹자)이나 외우며 백성의 이익과 사회 발전은 아랑곳하지 않는 성리학의 공리공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약용은 제자들에게 ‘실학’을 “우주 삼라만상을 연구하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리를 캐내어 우리 생활에 응용하여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학문”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한마디로 실용을 강조한 것이다.

수원 화성을 건설하면서 기중기를 만들어낸 것도 실사구시의 한 사례다. 김정희의 실사구시론도 ‘몸소 행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여름휴가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업무에 복귀한 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실사구시적 과감한 실천’을 강조했다. 전기요금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가장 먼저 언급한 문 대통령은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의 과감한 혁신과 함께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투자 확대도 촉구했다. 민생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포용적 성장론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지만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되자 실사구시적 정책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 중·후기 실사구시에 바탕을 둔 실학사상은 ‘예송논쟁’ 등 공리공론으로 권력을 잡기 위해 당파싸움만 일삼던 기존 정치 세력과 학자들에 대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기득권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작금의 진보·보수의 이념 논쟁도 조선 중기 이후의 당파싸움 못지않다.

문 대통령의 실사구시 정책이 성공하려면 좌우의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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