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가 '폐비닐 대란' 무풍지대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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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7000톤의 폐비닐로 200만 리터 정제유 생산 '업사이클링' 실현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등급을 높인다’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더한 말이다. 즉, 버려진 물건을 다시 쓰는 차원을 넘어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주新보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자원 순환사회가 미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에서 제주의 미래를 찾다’라는 주제로 앞으로 14차례에 걸쳐 공동기획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제주클린에너지에 있는 대형 용광로에 압축된 폐비닐을 집어넣는 모습. 12시간 동안 열분해 과정을 거치면 정제유(보일러등유)가 생산된다.
제주클린에너지에 있는 대형 용광로에 압축된 폐비닐을 집어넣는 모습. 12시간 동안 열분해 과정을 거치면 정제유(보일러등유)가 생산된다.

▲‘폐비닐 대란’ 수도권 몸살=지난 4월 수도권에서 재활용업체가 폐비닐을 수거하지 않으면서 아파트 곳곳마다 악취가 진동하는 ‘폐비닐 대란’이 벌어졌다.

이 같은 사태는 전 세계 폐기물의 50%를 수입하던 중국이 지난 1월부터 24종의 재활용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촉발됐다.

지자체마다 무상 수거와 무상 소각 등 땜질식 대책으로 간신히 불은 껐지만 제2의 폐비닐 대란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선 왜 폐비닐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거한 폐비닐로 정제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6년 말부터 요일별 배출제 도입으로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수거를 하면서 배출→분리→수거→재활용이라는 업사이클링 시스템도 한몫을 했다.

정부의 대책회의에서 제주지역의 폐비닐 처리방식은 모범사례로 뽑혔다.

그러나 과제도 산적해 있다. 도내에선 연간 1만7000t의 폐비닐과 플라스틱류가 발생하고 있지만 7000t(41%)만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고 나머지 1만t은 매립 또는 소각되고 있어서다.

 

폐비닐로 기름을 짜낸 후 나온 잿더미.
폐비닐로 기름을 짜낸 후 나온 잿더미.

▲폐비닐에서 기름을 뽑아내다=섭씨 300~400도에 이르는 대형 용광로는 1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지난 7일 제주시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있는 ㈜제주클린에너지(대표 김태윤) 공장은 용광로에서 내뿜는 열기로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2013년 문을 연 이 공장은 폐비닐을 12시간 동안 천천히 가열해 기름을 짜낸다. 폐비닐의 성분을 분리·분해하는 열분해 과정을 거치면 오일가스가 나온다.

뜨겁게 달궈진 이 가스를 차갑게 냉각시키면 정제유가 나온다. 정제유는 보일러등유와 성분이 같다.

김태윤 대표는 “발효된 좁쌀을 증류시킨 후 찬물로 냉각하면 이슬이 맺힌 게 제주전통주인 고소리술인데 폐비닐로 기름을 짜내는 원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폐비닐 100㎏으로 30㎏의 정제류를 얻어낼 수 있다고 했다. 즉, 비닐의 주원료가 석유인데 석유를 다시 뽑아내는 셈이다.

폐비닐로 고체연료(고형연료)를 만드는 업체는 국내에도 많지만 액체연료를 생산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3곳에 불과하다.

이곳에선 연간 7000t의 폐비닐로 200만 리터(ℓ)의 산업용 보일러등유를 생산하고 있다. ℓ당 공급가격은 700원으로 도내 3곳의 아스콘공장에 공급한다. 뜨겁고 찐득한 아스콘을 생산하는 불쏘시개로 이 연료가 사용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스콘 공장은 유황성분을 함유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벙커시유를 이용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에서 마케팅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벙커시유를 공급하고 있어서다.

 

제주클린에너지 야적장에 쌓인 폐비닐.
제주클린에너지 야적장에 쌓인 폐비닐.

▲안정적인 판로 필요=지난해 겨울 제주클린에너지는 난관에 봉착했다.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하지 않는 겨울철에는 아스콘공장에서도 정제유를 주문하지 않아서다. 50만ℓ의 기름이 재고로 쌓였다.

재고량이 넘쳐나면서 지난 6월에는 가동을 멈춰야 할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남제주화력발전소가 이 기름을 사용하겠다며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남제주화력발전소는 지난 6월 50만ℓ의 정제유를 구입했고, 이 달에도 50만ℓ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정제유 50만ℓ는 발전소에서 보름치 사용하는 양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 아스팔트 포장 관급공사 시 아스콘공장에서 정제유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공염불에 그쳤다.

이 공장에서 폐비닐로 뽑아낸 기름은 언제 다시 쌓일지 모를 상황에 놓였다.

 

김태윤 대표이사
김태윤 대표이사

(인터뷰) 김태윤 제주클린에너지 대표이사

“제주에선 연간 1만7000t의 폐비닐·플라스틱이 발생하는 데 이를 기름으로 생산하려면 용광로 3기가 더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출받기가 힘들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업사이클링을 선도하고 있는 김태윤 제주클린에너지 대표이사(50)는 자원순환은 민·관의 협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올해 1월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돼 정부는 소각·매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지만 제주도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농 폐기물인 타이벡은 복합합성수지라 소각 및 매립을 할 수 없어서 농가에서 자체 보관하고 있다. 보관량이 한계에 다다르면 제주에서도 폐비닐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폐비닐·플라스틱 처리를 민간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공적영역에서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2011년 애월읍에 공장을 설립하려 했으나 마을에서 반대해 사업을 포기하려고 했다. 2013년 50억원을 투입,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사업 초기에 경쟁사와의 관계로 제주시로부터 폐비닐을 받지 못해 경기도에서 배출한 폐비닐을 반입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현재 이곳에선 용광로 3기가 365일 휴무없이 가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3기를 추가 설치하려고 하는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JDC·제주신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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