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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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경제부장

2013년 7월 31일 오전 6시, 제주시 산천단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이 모였다. 다름 아닌 기우제(祈雨祭)를 봉행하기 위해서다. 당시 제주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자 제주도의회를 비롯해 각종 단체와 기관들이 연이어 기우제를 올렸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은 기우제를 봉행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뭄에 따른 안정적인 용수 확보 대책 등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5년이 흐른 지금, 제주의 상황은 그때와 달라진 게 있는가. 한마디로 ‘글쎄’다.

올해도 역시 제주 섬이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9일 마른장마가 끝난 이후 현재까지 한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조금의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 7월 제주지역 강수량은 36㎜에 그쳤다. 평년 강수량 274.9㎜의 14% 수준에 불과했다. 1961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역대 2번째로 적은 양이다.

지난달 11일 제주 북부와 동부지역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후 한 달째 폭염특보가 지속되고 있다. 2008년 한반도에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제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폭염특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돼지, 닭, 넙치가 폐사하고, 계란 생산량도 감소했다. 특히 제주가 주산지인 당근은 한창 파종 시기지만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북부지역인 신엄리와 신촌리, 와산리, 동부지역인 동복리, 남부지역인 위미리, 서부지역인 동명리 등은 매우 건조한 가뭄상태에 들어갔고, 14개 마을도 초기 가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7개 마을에서 건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제주기상청 동네예보를 살펴보니 8월 19일까지 비 소식이 없다. 낮 최고기온도 33도를 넘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폭염과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그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먼 해상에서 14호 태풍 ‘야기(Yagi)’가 발생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원한 비가 내려주길 기대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째든 가뭄이 지속되고 피해가 확산되면서 제주 전역이 비상이다.

이제 정말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것 같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는 9~1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2018년 선도 농업인대회’에서 기우제를 봉행하는 계획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폭염과 가뭄 해결이 먼저라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농업인대회가 9월로 잠정 연기됐다.

가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거의 매해 반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날씨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하늘만 바라볼 수도 없는 일이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기관에서는 매년 근본적인 가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와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더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올 수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해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늘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대책을 찾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하늘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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