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네 감귤점빵의 공정관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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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 논설위원

요즘 들어 금순이네 감귤점빵이 뜨고 있다. 덩달아서 오래된 감귤마을, 하례리도 유명해졌다. 감귤점빵은 하례리 여성 농업인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창업한 사회적기업이다.

주로 감귤 상웨빵과 한라봉 상웨빵을 체험 형태로 만들어서 판매한다. 마을행사 때마다 부녀회가 상웨빵을 만들어서 봉사해 온 게 밑천이 되었다. 농사와 살림밖에 모르는 여성들이 어떻게 기업을 만들 수 있었을까?

바로 그 여성들의 단점이 공동체를 만들게 하고, 그것이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는 행운이 되었다. 조합장인 금순이는 이 무더위에도 창업 인큐베이팅 교육을 받느라 여념이 없다. 서류작업은 가장 젊은 조합원이 배워가면서 한단다. 빵 만들기는 마을 부녀회와 함께하는 협동작업. 느리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기업이다.

상웨빵이 제주도 전통빵이다 보니, 관광객뿐 아니라 도민들도 찾아온다. 감귤이 본격화되기 전, 보리가 제주도 농산물을 대표하던 시절엔, 집집마다 제사 때가 되면 상웨떡을 만들었다.

보릿가루에 막걸리를 넣어서 만든 반죽이 뿌옇게 피어오르면서 빵이 되어 나올 때의 신기함이라니. 달콤함과 시큼함이 뒤섞인 구수한 빵 맛은 그 얼마나 황홀한 순간이던가. 바로 그 경험과 추억을 팔고 사는 감귤점빵이 하례마을의 자연생태와 어우러져서 공정관광을 꽃피우고 있다. 하례리는 백록담에서 발원하여 서귀포 바다로 흘러드는 효돈천이 천연기념물인데다 한란과 춘란, 왕벚나무 등 한라산 대표 식물군이 자생하는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사실, 공정관광은 민선 7기 제주 도정의 관광 정책을 아우르는 중심철학으로, ‘공평과 올바름으로 치우침이 없음’을 뜻하는 공정성을 관광에 접목시킨 개념이다.

이는 도정이 대량관광의 불공평과 부당함에 맞서서 지역주민의 정당한 이익과 참여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선포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거둔다’는 불공정을 바로잡겠단 얘기이기도 하다.

제주 관광의 매력인 자연과 문화유산은 도민들이 보전하고 창조해 왔는데, 정작 그것을 기반으로 한 관광소득은 대기업과 투기자본, 몰려들어온 장사꾼들이 차지하는 관광시스템을 바로잡겠단 말이다.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문화와 환경을 보전하면서 관광업계와 지역주민이 동등하게 성장하는 관광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다짐이리라.

이 점에서 원희룡 지사가 추진하는 협치 공약의 정책 방향이 ‘공정관광’인 것은 관광업계의 현실과 도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결단으로 보인다. 또한 문대림 후보의 지속 관광, 고은영 후보의 대안 관광, 김방훈 후보의 질적 관광 등을 포용하겠다는 약속의 실천 의지이다.

관광객들이 현지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들의 지출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 주민들은 관광객을 오랜만의 친구처럼 대하고 감동과 행복을 나누며 소중한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사람 중심의 관광’을 해나가자는 제안이다.

5년 만이다. 남편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서 슬픔을 삼키던 금순이, ‘살암시민 살아진다’며 눈물을 닦아주던 친구들이, 하례리에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례빵 금순이의 손동작을 따라서 어머니의 상웨빵을 조심스레 빚어본다. 그녀의 빛나는 얼굴에서 인생을 배운다.

시집가던 날, ‘감귤꽃이 맨 먼저 피어나는 하례리가 좋아서...’라며 꽃보다도 더 화안하게 웃음 짓던 금순이. 그 얼굴에 새각시처럼 감귤꽃이 피었다. ‘굳세어라, 금순아, 하례마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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