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지우(莫逆之友)와 북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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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논어의 첫머리 학이(學而)편에 처음 나오는 문장이다. 배움과 벗, 그리고 겸손한 삶, 이를 두고 공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고 한다.

▲‘대륙의 스승’이라고 칭송받는 중국 국학의 대가 지셴린도 벗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친구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전제하고 “내게 친구란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정을 중시했던 일화는 수없이 많지만 가장 유명한 일화로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 종자기(鍾子期)와 백아(伯牙)‘의 일화를 꼽았다.

관중과 포숙아는 중국 제나라 때의 인물들로 ‘관포지교(管鮑之交)’ 고사성어의 주인공들이다.

관중은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라고 했을 정도다.

종자기와 백아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성어를 후세에 남겼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거문고의 달인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친구 종자기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고 죽을 때까지 다신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

▲지난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제4차 남북 고위급 호담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소싯적에 수수대로 말을 만들어서 뛰어다닐 때부터 한 것을 ‘막역지우’라고 하는데 북과 남이 이런 관계”라고 말했다.

막역지우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서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벗”이라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대나무 말을 같이 타던 친구는 ‘죽마고우(竹馬故友)’다. 그런데 죽마고우의 일화에는 ‘내가 타다 버린 죽마를 주워 쓰던 친구는 내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오만이 스며있다.

▲리 위원장이 죽마고우가 아니라 막역지우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말의 성찬보다 더 중하고 시급한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이다.

핵무기를 휘두르며 친구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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