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과 ‘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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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공무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어쩌다가 공무원이 된 ‘어공’과 늘상 공무원인 ‘늘공’이다. 늘공은 일반에 잘 알려진 대로 공채 출신의 직업 관료는 모두 늘공이다. 어공은 정권의 정무적 필요에 의해 기용된 별정직 공무원을 통칭한다. 주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학계 등 출신이 다양하다.

현 청와대 비서실은 어공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1급 비서관 42명 가운데 늘공은 9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33명은 모두 어공이다. 늘공과 어공 비중이 반반이던 역대 정부와 사뭇 다르다.

어공의 상당수는 정권의 핵심 요직을 꿰차거나 정책 결정에 관여한다. 나라의 명운이 어공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공의 수장이 대통령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요즘 중앙관가에서는 ‘장앤김’, ‘김앤장’이란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를 빗댄 표현이다.

어공과 늘공의 대표 격인 두 사람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놓고 몇 차례 부딪친 게 단초가 된 모양이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어공과 늘공 사이에 정책 운용에 임하는 관점이 달라 티격태격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허나 이 정부 들어서는 그 성격이 종전 것과는 달라 보인다. 갈등과 대립의 정도가 실명까지 오르내리며 반목설이 확산되고 있는 거다.

국민들이 보기엔 경제 활력을 위해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 효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청와대 참모와 내각이 엇박자를 내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경제는 2000년 이후 최악의 청년실업과 제조업 가동률, 악화되는 소득재분배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자영업만 해도 지난해 폐업률이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올 상반기에만 4만6500명이 이직했을 정도다. 그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딴 목소리를 내는 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주 정기인사에서 36개 자리를 개방형 직위로 채우는 민선 7기 원희룡 도정 역시 이를 참고할 일이다.

국정이든, 도정이든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공과 늘공의 장점을 살려 협력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하는 건 기본일 터다. 그들이 동상이몽으로 끝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가는 건 결국 인사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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