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과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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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일본에서는 암 진단을 받은 직장인들도 휴직하거나 병가를 내지 않고 일을 계속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암 치료와 일을 병행하며 직장을 그만두지 않도록 하는 후생노동성의 정책과 생산 인구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정책과 현실 상황이 맞물려 암에 걸린 직원에게 휴직 대신 도와줄 인력을 보급하면서 근무를 격려한다. 암 치료를 받는 직원은 연차를 이용하여 수술이나 입원을 하고, 근무하면서 치료과정을 밟는다. 항암치료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재택근무나 단축근무를 하고 동료들에게 상황을 상세히 알려 도움을 받는다. 그들은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서 줄여준 업무를 맡아 일을 계속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왜냐하면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집에만 있으면 병 생각만 하면서 암울했을 텐데 회사에서 부담 줄인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지금 시대에는 입원하지 않고 통원하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고, 통원과 휴식, 상담을 통해 치료 받으며 일하는 일상이 암 투병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기업에 배포한 질병 치료와 직장 생활의 병행을 지원하는 가이드라인 내용은 ‘업무로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사업장에서 취할 조치, 관계자들의 역할, 사업장의 환경 정비, 개별 직원에 대한 지원 제도’ 등이라고 한다. 암 진단 이후에도 대다수 직장인들이 일을 계속하면서, 그들에게는 생계 유지와 치료 비용 마련을 위해서도 직장 생활이 필요하다고 한다.

살다 보면 병도 나고, 몸이 고장 나서 활동에 한계가 나타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 마음조차 어지러워진다. 힘 없는 육신이 무기력해지면 멀리 보이는 산도 상상 속에서나 오를 뿐이고, 대화 상대도 없이 종일 하늘의 구름에나 상념을 흘려보내며 울적해지기 쉽다. 통증으로 깨어나면 밤의 희미한 빛 속에 오직 외로움이 몰려들며 사방을 에워싼다. 우리 주변에도 여러 가지 암과 난치병으로 장시간 치료받으며 고통 받는 사람들이 흔하다. 시장에 나가 장사하는 아주머니나 할머니들도 위암으로 수술을 받았다거나, 심장에 인공 펌프를 집어넣고 다시 나왔다거나 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한은 계속 일을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또 어떤 선생님은 정년퇴직을 한 후에도 시간제로 강의를 맡아 하셨는데, 도중에 임파선 암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그래도 수업을 계속 하셨던 이유가 집에 있으면 언제쯤 죽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수업을 하노라면 학생들과 웃고 토론하며 병도 잊어버리게 되기에 학교 나와 수업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씀이셨다. 일은 여러모로 우리 삶에 활기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장기간 병 치료를 받으면서 회사 근무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될까. 병가를 내어도 근무성적이 깎이고, 휴직에도 불이익이 따른다는 말이 들리는데, 아픈 사람을 위해 근무 양을 조정해 주는 기업체가 얼마나 있을까. 열심히 일하다가 환자가 된 직원의 퇴직을 막기보다, 튼튼한 새 사람으로 갈아치우려는 회사가 더 많지 않을까.

아프면 일 그만두고 회복에만 전념하도록 해주는 것이 인도적인 처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외 속에 홀로 경제적 원천과도 단절된 채, 장기간 병과 싸우도록 보내버리는 것이 더 비정하고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인간 소외를 막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옳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아픈 직장인들에 대한 보다 다양한 지원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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