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물’ 탄생과 향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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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향의 역사는 인류의 불의 역사와 함께 한다. 고대인들은 불을 지피기 위해 마른 나뭇가지, 수지, 풀 등을 이용했다. 그 중 어떤 것들은 타오르면서 매혹적인 향기를 발산하였다.

이런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향취는 고대인들에게 신적인 감각을 불러 일으켰고, 그들은 향료를 뜻하는 단어를 창안했다. 향료를 의미하는 영어 perfume은 라틴어 Per Fumum(through smoke)에서 유래했다. Per통하여’, Fumum연기라는 뜻이다.

이처럼 향료는 향기나는 수지, 나무, 풀 등을 태우는 것에서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것은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종교적 매개체였다. 이렇게 향료는 종교적인 의식의 하나로 향을 피우는 훈증(fumigation)에서 시작되었다.

예로부터 인류는 병이나 상처에 고통받을 때는 동·식물에서 약효가 있는 성분을 찾았다. 그 중에서 향기가 좋은 성분을 내포하고 있는 것들은 동·식물성 향료로 이용되었다.

고대 이집트는 의·약학, 향수, 미용술을 포함한 과학의 발상지였다. 또한 이들은 향료제조에 풍부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고, 장례의식에 향유를 사용하여 훈향·방부하였다.

로마인들은 호화로운 목욕문화와 더불어 사치스럽게 향료를 이용했다. 네로 황제는 향료를 바른 새가 집안을 날아다니게 했다. 그리고, 그는 장미 분수를 설치했으며, 호화로운 장미 목욕을 즐겼다.

고대 이집트와 비슷한 시기에 인도와 중국에서도 향료를 사용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향료로 백단향인 샌달우드(sandal wood)가 있다. 중국은 사향을 향료와 의약품 목적으로 이용했다.

동물성 향료 사향을 탄 물에 목욕을 하고, 사향먹을 최고의 선물로 생각했다. 또한 중국은 레몬, 오렌지, 만다린 등과 같은 감귤류의 원산지로서 이것들은 10세기경 아랍 상인들에 의해 지중해 지방에 소개되었다.

중세시대에는 십자군 전쟁으로 인하여 동방세계에서 유럽으로 다양한 향료와 향연고들이 수입되면서 향의 문화가 꽃피었다. 이 당시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동방과 향료 무역의 중심지이였다.

연금술이 발달하면서 13세기 중세 과학자들은 포도주의 증류과정으로부터 알코올 추출에 성공했다. 알코올은 거의 모든 방향물질을 용해시킬 수 있으며, 향 성분을 유지시켜주는 용매였다.

이로서 향료는 향수의 단계로 발전하였으며, 1370년 최초의 알코올 향수인 헝가리 워터(Hungary water)’ 가 탄생했다. ‘영혼의 물’, ‘여왕의 물이라는 애칭을 지닌 이 향수는 헝가리 엘리자베스 여왕이 애용했다.

여왕은 이것을 영원한 아름다움의 비결로 생각했다. 헝가리 워터를 입욕제, 화장수 등으로도 이용한 여왕은 당시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청혼을 받아 결혼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초의 이 향수는 로즈마리에 마조람, 페니로얄(박하류)을 혼합한 간단한 것이였으며, 이후에 레몬, 라벤더, 오리스 등을 첨가했다. 마조람은 살균력을 함유한 향신료로도 가치가 있다.

17세기 영국과 네델란드는 향신료 무역 패권을 놓고 전쟁을 치렀다. 이 무역전쟁을 거치면서 영국은 해상 강국이 되었다. 이 전쟁은 아시아에서 무역을 어느 나라가 주도할지 결정하는 사건이였다.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소량 첨가하는 향료, 향신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쟁을 감행한 것이다. 이 주도권 싸움이 격렬할 때는 향신료 가격은 치솟았다. 예나 지금이나 총성없는 무역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당시 향신료로 후추도 중요했지만, 정향(clove)이나 육두구(nutmeg)가 고급스러운 품목으로 취급받았다. 정향은 유일하게 꽃봉오리를 쓰는 향신료로 자극적이지만 상쾌하고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육두구는 말려서 방향성 건위제·강장제 등으로도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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