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빵
쑥빵
  • 제주신보
  • 승인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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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여름이 익는다. 폭염에 차창으로 스미는 풀 냄새가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콩잎 바람에 손짓하는 한적한 들길을 달리는 마음이 풍요로 가득하다.

운영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오전이라지만 폭염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의 연속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 높은 기온에 낮은 기운을 받으니 기분을 상쾌해진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위원들과 손을 잡고 환한 미소도 주고받았다.

명패가 놓인 탁자 위엔 생수병과 컵이 다소곳이 놓여 있고, 옆 접시엔 쑥빵 두 개가 심록 빛을 뽐내기라도 하듯 놓였다. 텃밭에서 바쁘게 움직였던 탓일까, 배가 출출한 참에 쑥빵을 덥석 하니 크게 베어 물었다. 달콤한 팥고물과 향긋한 쑥 향이 동시에 혀와 코를 열어 놓는다. 체면 불고하고 둘을 입안으로 들이는 데 짧은 시간이 흘러갔다.

맛있게 먹는 바람에 옆 사람이 저도 맛을 보자며 집어 들고 먹는다. 담당 직원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것 하나 잘 선택하여 오늘 회의 준비가 소홀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대견해 하는 눈치다.

회의가 끝났다. 여성위원은 하나를 먹고 나서 하나 남은 쑥빵을 가방에 넣는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 생각이 난 걸까, 아마 엄마의 마음은 다 그러리라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가갔다. 직원이 더 얹어 준 쑥빵을 건넸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간식을 내민다. 아침을 간편식으로 준 것이 마음에 걸린 눈치다. 쑥빵이 맛있어서 시장한 김에 여러 개 먹었노라 했더니 멀뚱히 바라본다. 정색하고 다시는 쑥빵은 절대로 먹지 말라며 ‘절대’라는 부사를 강조한다. 조금 전 이야기라며 꺼내 놓는다.

후배가 찾아왔단다. 아내는 그의 착하고 부지런함을 많이 좋아한다. 인사성도 밝고, 순박함에 나도 호감을 느꼈다. 법 없이도 살 호인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온갖 채소를 농사지어 농가에서 사들인 것과 함께 농산물 도매시장에 보낸다. 봄에 집중되는 일이라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꽤 많은 돈을 손에 쥐었다고 들었다.

아내가 여름철이니 할 일이 그리 많지 않겠다며 말을 건넸다. 그의 대답이 요즘은 천여 평에 심어 놓은 쑥을 베어다 납품하느라 바쁘단다. 쑥 재배가 의외로 쉬워 돈이 된다고. 처음에 올라오는 쑥에 제초제를 뿌리면 그 후 올라오는 새싹이 웃자라지 않아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묻지 않은 정보까지 받았다.

예전엔 할머니들이 들판을 다니면서 밭 구석이나 길가, 빈 밭에 자라나는 쑥을 뜯어다 쑥빵 재료로 팔았다. 제초제에 따라서는 뿌린 밭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으니 농약이 범벅인 것이 섞였을 거란 생각에 쑥빵 먹기를 꺼렸다. 그러다가 재배하는 쑥으로 만든다는 말을 듣고는 안심했는데,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게 돼 버렸다.

아내는 사람들 건강이 걱정된다며 속을 앓는다. 좋아하는 후배라서 따지고 들면 그도 상처 받을까 봐 아무 말도 못했다며 속을 끓이는 눈치다. 농민 교육, 국민 교육 부재가 문제라는 말을 하며 행정의 부실을 탓하는 게 아닌가. 오늘 먹은 쑥빵이 목에 걸린 듯 답답하다.

제초제를 뿌리고 쑥이 죽은 다음에 다시 돋아나는 새싹을 수확한다고 했다. 그걸 먹는다고 당장에 목숨이 위태하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