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 위한 냉방지원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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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대우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이 41도를 기록했다.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1년만의 최고 기온이다, 그야말로 역사적 폭염이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1일 제주 북부지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38일 동안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2008년 우리나라에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장기간 특보상태가 유지된 것이다.

열대야 현상으로 잠 못 이루는 밤도 계속됐다. 지난달부터 지난 15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한 달 동안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늘면서 전력사용량도 크게 증가, 순간 최대 전력 사용량 기록이 세 차례나 경신됐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전기로 연료, 난방비 등 광열비 기준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자신의 수입에서 10% 이상을 전기료, 냉·난방 등 에너지를 구입하는 데 쓴다는 것은 그만큼 저소득층이라는 말이다. 주로 홀로 사는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이다.

에어컨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진제 폭탄이라는 전기요금이 아까워 함부로 에어컨 버튼을 누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시민단체가 최근 2018년 여름철 에너지 빈곤층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521가구 중 폭염에 따른 어지러움과 두통 등 건강이상을 경험한 가구가 58%에 달했다.

주 냉방기설은 응답자의 81%가 선풍기였고, 에어컨을 보유한 가구는 17%에 그쳤다. 2%는 냉방기가 없어 부채만으로 더위와 힘들게 싸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과 2013년에도 올해와 같은 살인적인 무더위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염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에어컨은 TV처럼 생활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는 가정에서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함부로 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정책은 동절기에만 국한돼 있다.

겨울철에는 연탄바우처(Voucher·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제공하는 교육, 주택, 의료 따위의 복지서비스 구매 쿠폰), 등유바우처 등의 지원정책이 있다. 추위에 비해 더위가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겨울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동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름철 온열질환 때문에 많은 노약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제주를 비롯 전국에서 경로당이나 금융점포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저소득층에 쿨 매트, 선풍기 등을 지원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에너지 빈곤층의 안전한 여름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여름나기는 생존의 문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어서, 전기요금이 없어서 더위에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를 논의하다가 여름이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졌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도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폭염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더위가 갔으니 저소득층을 위한 하절기 에너지대책 논의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폭염에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걱정하지 말고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라고 당부했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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