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 탓,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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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미드’를 보다 보면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가 그것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을 다독이는 얘기다

자신과 다투던 엄마가 숨진 데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녀나 갑작스런 실직에 세상을 등지려는 중년남성 모두가 이 말에 자신을 용서하고 삶을 되찾는다.

살다 보면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돼 좋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때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를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충동을 느낀다. 남을 탓하면 자신의 책임이 벗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하면 ‘내 탓’은 없고 모두가 ‘네 탓’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댄다. 근래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를 맞고서도 오로지 네 탓 타령이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 주자인 이해찬 의원은 최근 고용위기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낮아진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대표도 “소득 주도 성장 효과를 보기 위해선 인내해야 하는데 수년 전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 때문”이라고 가세했다. 작금의 경제지표 악화 원인이 전(前) 정부, 전전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국민연금 개편안 관련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0년 보수정권에서 해결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어 온 숙제”라며 남 탓으로 돌렸다.

청와대의 언론 탓도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 운용방향을 놓고 엇박자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가자 언론 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정권 탓’이 거셀수록 정부가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당의 주류가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는데 되레 청와대의 방어논리를 엄호하는 충성경쟁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설령 과거 정권이 잘못했더라도 정부는 경제와 민생이 조금이라도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 적어도 문제의 해법을 내게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공총자(孔叢子)’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진짜 어리석은 자가 다른 사람을 가리켜 어리석다고 나무란다고. 마음이 어두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정치인들이 많을수록 그게 불행의 씨앗이다.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슬슬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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