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김순신
‘인생 최고의 아름다운 길, 보람의 길을 무사히 잘 걸어왔다./ 어제 그 길은 끝이 나고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40여 년 동안 달려온 교직인생 열차에서 내려 제2의 열차에 탑승할 채비를 한다.//….’(수필 ‘채비’ 중)
인생은 하루하루가 여정이라고 했던가. 종착역은 ‘죽음’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않은 채 늘 채워놓기 급급하기만 하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소비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버리지 못하며 늘 부족하다고 아쉬워한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채움에서 비움으로 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수필집이 발간됐다. 김순신 수필가가 수필집 ‘채비’를 펴냈다.
인생 제2막에 들어서는 김순신 작가는 채울 것은 채우고 비울 것은 비워내 잘 여문 알곡으로 익어 완덕으로 가는 인생을 바라고 있다.
수필집에는 이런 작가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교편을 놓는 순간과 동승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 종교적 신념 등을 훑어 볼 수 있다.
작가의 문장은 단아하고 정갈하다. 나이를 잊은 문학소녀의 감수성이 가득 담겨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채워야 할 것들을 ‘사랑’이란 단어로 이야기하고, 그 사랑이 흘러넘치게 둑을 허무는 일이 반복돼야 한다는 작가의 글과 함께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나눠보자.
정은출판 刊,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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