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와의 만남
히포크라테스와의 만남
  • 제주신보
  • 승인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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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 교양학부 교수

몇 년 전,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모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대형병원의 이미지와는 달리 간호사들의 불친절한 것들은 뒤로 미루더라도 담당의사의 조롱 섞인 언어는 보호자를 모멸하고도 남았다.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보통 수준의 예의와 교양, 일반적인 윤리도 부족한 그가 어떻게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를 보면서 의학적 윤리를 담은 유명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중에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신적으로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의과대학생들은 졸업할 때 히포크라테스선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5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선서에서 히포크라테스는 ‘내가 이 선서를 절대로 어기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 나간다면,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의술을 베풀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항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이 선서를 어기고 약속을 저버린다면, 나의 운명은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의사는 물론이고, 교사, 판·검사 그리고 정치인들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항상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하는 내용을 자신이 하고 있는 역할에 활용 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또 다른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인 신경외과 과장과 어머니와의 상담은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루어진 편안한 상담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의사의 인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환자의 통증호소를 끝까지 들어주는 담당의사의 인내심, 노인들이 그러하듯, 환자인 어머니의 두서없는 긴 설명에도 중간에 말을 가로막지 않는 넉넉함, 서두르는 기색 없이, 하루 종일이라도 상담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로운 표정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내가 오히려 당황스럽고 미안하다. 과연 나는 학생들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경청했는가에 대해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차분한 분위기로 환자와 상담하는 담당 의사를 지켜보면서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을 실천하는 의사라는 느낌이 들었고, 인성이 부족한 의사에게 소중한 환자의 생명을 다루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한다. 인간을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는 의술이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예로부터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 했던 것이다.

인성을 갖추지 못한 채 단순한 교과서적인 의술만 갖추었다면, 반쪽 의사에 불과하며 의술은 갖추었지만 비인간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의사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머니께서는 친절하게 상담 해주신 담당의사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고, 감사의 뜻이 들어있는 칭찬은 저녁 밥상에까지 계속 되었다.

환자에게 편안함과 믿음을 줄 수 있는 상담만으로도 환자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사가 바로 히포크라테스와 같은 훌륭한 의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