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박항서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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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베트남의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59)이 다시 한 번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박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서 연장 끝에 시리아를 1-0으로 물리치며 4강 진출의 기적을 연출했다.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었던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일본을 꺾으며 3연승으로 16강에 올랐다. 이어 16강에서 바레인을 잡았고, 그 여세를 몰아 8강전에서 시리아를 누르며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냈다. 동남아시아 팀이 메달권에 든 것은 1974년 이후 44년 만이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신화를 만든 ‘박항서 매직’이 이번에도 재현되자 베트남 전역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국기를 흔들며 춤추고 노래했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클랙슨을 울리는 차량들 위엔 박 감독의 실물 등신대도 실려있었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미드필더였으며, 짧으면서도 빠른 패스를 상당히 중요시 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일 만큼 근성이 뛰어나 ‘악바리’로 불리었다.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 2진격인 충무팀에서 뛴 적이 있지만 국가대표로서 두각은 나타내지는 못했다.

대신 지도자로서 업적이 적잖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일군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직후 열린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동메달에 그치면서 두 달 만에 경질되기도 했다. 비주류의 설움을 맛본 게다.

박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팀웍과 소통을 강조하는 ‘형님 리더십’이다. 모든 선수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다독인다. 남다른 동기 부여와 적극적인 스킨십이 발휘됨은 물론이다. 마이웨이를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다양한 용병술도 구사한다. 베트남이 매 대회마다 역대 최고 성적을 갱신하며 새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 이유다.

▲운명의 장난일까. 박 감독이 조국 한국과 맛대결을 펼친다. 한국과 베트남이 오늘 오후 6시 아시안게임 축구 준결승전을 치르게 된 거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두 팀 중 한 팀만 결승에 오른다. 이를 어쩌라. 그래도 한국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승부 결과를 떠나 박 감독의 리더십은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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