麓林雉鹿鳥蟲歌 록림치록조충가 산록의 숲에 꿩, 사슴, 새, 벌레들 노래소리/
頂凹無名花草多 정요무명화초다 정상 움푹 패인 곳엔 이름 모를 꽃과 풀들/
風輸二瀛淸爽氣 풍수이영청상기 바람 두 영주산에 맑고 상쾌한 공기 보내니/
此峰可謂別煙霞 차봉가위별연하 이 봉우리의 유별난 것들이라 말할 수 있지/
■주요 어휘
▲麓=산기슭 록 ▲雉=꿩 치 ▲鹿=사슴 록(녹) ▲頂凹(정요)=산 정상에 오목하게 패인 부분 ▲凹=오목할 요 ▲二瀛(이영)=한라산 별칭이 영주산(瀛洲山)인데, 한라산 북쪽 가까이에 있는 산 역시 영주산이다. 이를 구별하여 한라산을 대영주산(大瀛洲山), 또 하나를 소영주산(小瀛洲山)이라 부른다. 이 두 산을 합하여 이영(二瀛)이라 했다 ▲輸=나를 수 ▲爽=시원할 상 ▲可謂(가위)=거의 옳거나 좋다고 여길 만한 말로 이르자면, 「어떠어떠하다고(라고)할 만함」을 이르는 말 ▲煙霞(연하)=산수의 경치, 안개와 노을, 俗世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
■해설
풍광이 뛰어난 곳에는 어디에나 문인들이 그 곳을 찬미한 글이 남아있다. 남겨진 글에 힘입어 그 곳이 더욱 유명해 지기도 한다. 영주십경 중의 한 곳인 영구(瀛丘, 들렁귀)가 한 예이다.
요즘 들어 우리 고장 제주의 오름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옛 정의고을의 남산이 우리 마을 경내에 남아 있다. 이 곳 역시 오름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올라보면 저절로 상쾌함과 함께 다른 곳과는 뭔가 다르게 느낀다는 이가 많다. 신선의 산인 두 영주산을 마주하고 있어서 이리라.
이에 느끼는 바가 있어 사전에 없는 이영(二瀛)이라는 시어(詩語)를 만들어 시를 지어 보았다. 참고로 한시를 짓는 경우 같은 운을 따라야 하는데, 운자(韻字)를 찾기 어려울 경우에는 이웃한 운(예를 들어 가운·마운)을 써도 무방하다. <해설 소농 오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