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배 타고 이어도 가는 날…노래 쏟아지다
통통배 타고 이어도 가는 날…노래 쏟아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⑬제주현대미술관 잔디 마당(下)
스위스 제네바 금관5중주 등 서양음악과 국악 어우러져
신명하는 예술로 바람난장 가족, 상상의 세계로 날아가

8월 중간 자락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제주현대미술관 잔디 마당에 모여 시와 퍼포먼스, 국악과 서양음악을 펼치며, 인종을 초월해 예술로 소통한 난장을 펼쳤다.
8월 중간 자락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제주현대미술관 잔디 마당에 모여 시와 퍼포먼스, 국악과 서양음악을 펼치며, 인종을 초월해 예술로 소통한 난장을 펼쳤다.

의자 7

-조병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조병화의 시 <의자> 중에서

 

김정희와 시놀이팀이 선녀처럼 나타나 시인 조병화의 시 ‘의자’를 낭송했다. 텅 빈 의자를 가운데 놓고, 퍼포먼스를 벌이며 바람난장 가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김정희와 시놀이팀이 선녀처럼 나타나 시인 조병화의 시 ‘의자’를 낭송했다. 텅 빈 의자를 가운데 놓고, 퍼포먼스를 벌이며 바람난장 가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숲 그늘에 앉아 왕매미 소리를 들으며 무더위를 잠시 잊는다. 제주현대미술관 잔디 마당엔 빈 의자가 놓여있다. 김정희 시놀이팀이 선녀처럼 나타나 시 낭송 퍼포먼스를 펼친다. 조병화의 시 <의자>를 번갈아 가며 낭송한다. ‘그 자릴 비워 주세요./누가 오십니까./ “네”/(중략) 지금 어디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중략) /가을 공원에/빈 의자 하나 놓여 있다./나뭇잎이 떨어짐에/먼 고요함/가을 공원에/빈 의자 하나 놓여 있다.’

조병화의 연작시 <의자> 10편을 낭송하며 펼쳐지는 우아한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시간과 공간 속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텅 빈 의자는 보기만 해도 편안하다.

 

국악단가향 대표인 전병규와 국악인 현희순이 각각 소금 연주와 신디사이저 반주로 자작곡과 서편제ost 등을 들려줬다. 이날 제주 민요인 ‘물질 소리’가 현대미술관 잔디 광장을가득 메웠다.
국악단가향 대표인 전병규와 국악인 현희순이 각각 소금 연주와 신디사이저 반주로 자작곡과 서편제ost 등을 들려줬다. 이날 제주 민요인 ‘물질 소리’가 현대미술관 잔디 광장을가득 메웠다.

국악단가향 대표인 전병규는 소금 연주하고, 국악인 현희순은 신디사이저로 반주를 한다. 국악인 전병규는 자작곡인 ‘새벽 산사’와 서편제ost인 ‘소리길’을 소금으로 들려준다.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소금 연주는 폭염에 지친 심신을 위로한다. 매미들도 귀를 기울이는지 고요하다. 제주 민요인 ‘물질 소리’는 예전에 살기 힘든 시절의 제주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인 이어도를 그리는 노래이다. 국악인 현희순이 신디사이저로 ‘물질 소리’를 연주하며 선창하자 모두 “이어도 사나.”를 합창한다. 어느새 마음은 환상의 섬 이어도를 상상하면서 통통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한다.

 

스위스 제네바 금광 5중주단이 금관악기의 부드러운 음률과 화음을 넣어 ‘Fugue in G moll, Poffader Variations, Zigenerweisen’ 등을 연주했다.
스위스 제네바 금광 5중주단이 금관악기의 부드러운 음률과 화음을 넣어 ‘Fugue in G moll, Poffader Variations, Zigenerweisen’ 등을 연주했다.

스위스 제네바 금관5중주단의 연주를 듣는다. ‘Fugue in G moll, Poffader Variations, Zigenerweisen’ 등을 연주한다. “클래식, 바로크, 댄스음악이 있습니다. 10분 정도 신나게 즐겨주세요” 하면서, 신명 나게 연주하는 모습은 무한한 예술의 경지를 넘나들게 한다. 웅장한 음률이 온 누리에 울려 퍼진다. 각기 다른 악기의 하모니는 잠시나마 영혼의 안식처가 된다.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내며 앙코르를 외친다. 다섯 명의 연주자는 화답하면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연주한다. 금관악기의 부드러운 음률이 참 따스하다. “하나! 둘!…” 외치며 경쾌한 율동과 함께 연주하는 금관악기의 화음에 저절로 박수가 쏟아진다. 여기, 예술의 마당에서 자연스럽게 모두 한마음이 된다.

사라사테 집시의 노래, “달이여, 저 밝은 달이여~~” 금관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친숙한 노래를 들으니 유럽의 광활한 벌판에 서 있는 듯하다. 이미 우리들은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으니 예술의 힘이 놀랍다. 예술은 지친 심신을 위로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가꾼다.

무더위에 연주하느라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온화한 미소를 짓는 예술인들. 그 열정은 신비스러운 몰입이고 감동이다. 이렇듯 신명나는 예술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8월, 제주현대미술관 잔디 마당에서 시와 퍼포먼스, 국악과 서양음악이 만나 어우렁더우렁 언어와 인종을 초월하여 예술로 소통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다음 바람난장은 9월 1일 오전 10시 대정 송악산 진지동굴입니다.

글=현정희

그림=강부언

사진·영상=채명섭

사회=정민자 통역=고미연

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이혜정·장순자)

퍼포먼스=김백기·장은

국악=전병규·현희순

음악1=스티브 미드

음악2=더튠 플루트 앙상블

음악3=제네바 금관5중주

음악감독=이상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