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과 책임윤리
도의원과 책임윤리
  • 제주신보
  • 승인 20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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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대우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필독서 중의 하나가 ‘소명(직업)으로서의 정치’다.

독일의 사상가인 막스 베버가 정치인의 자질과 정치 윤리에 주목해 저술한 책이다.

그는 정치가에 필요한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꼽았다.

대의에 대한 헌신으로서의 열정,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 열정과 냉정함 사이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구분했다. 신념윤리는 이념이나 가치를 고수하는 도덕에 기반한다. 반면 책임윤리는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상상하고 고민하는 사리분별력을 뜻한다.

그는 결국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상호보완물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신념의 윤리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자신의 정치적 행위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자신의 전부를 걸고 책임지려 하는지를 물었다.

제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을 지켜보면서 도의원들의 책임윤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김태석 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4일 제361회 임시회에서 개원사를 통해 혁신과 도민주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와의 생산적인 갈등과 균형 있는 협치를 위해 도민께서 부여하신 권한을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의 기관 대립형 지방의회 모델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의원들이 회의장이나 인사청문회장에서 큰 소리로 ‘할 말’을 다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없던 말’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도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제주도가 4개 국 신설과 공무원 241명 증원을 골자로 제출한 민선 7기 첫 조직 개편안의 경우 도의원들은 ‘도청이 커지는 꿈’, ‘제왕적 도지사’, ‘공무원 천국’ 등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도의원들은 특히 공무원 인건비 부담 등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결과는 4개국 중 대변인실을 현행처럼 공보관실로 두고, 특별자치추진국을 특별자치행정국에 기능을 통합하는 소폭 수정에 그쳤다.

또 241명 증원안은 그대로 통과돼 인건비 비중 전국 1위 제주도의 재정 부담 가중이 불가피, 도민들의 공무원 부양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구나 제주도가 조직개편안 확정 과정에서 도의회 조직의 확대 요구를 수용, 두 조직이 도민을 배제한 ‘협치’ 모양새까지 취했다는 비판까지 대두됐다.

제주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도 버스 준공영제와 관련 도의원들은 편법으로 400억원을 증액했다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만 해놓고 30억원 삭감으로 마무리했다.

도의원들은 제주특별법 및 관련 조례상 운수업계 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는 개발사업 특별회계 재원 편성은 특별회계 사용 목적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행정시장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은 도민 정서에 반하고, 고위공직자로서 부도덕한 처신이라고 비판을 해놓고도 모두 ‘적격’ 의견을 채택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불러일으켰다.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약속했던 책임감 있는 의정 활동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11대 도의회 초기 의정 활동은 책임윤리가 없는 게 치명적인 정치적 죄악이며, 정치적 소명에 대한 배반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4일 개원식에서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권익 신장과 복리 증진 및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며 손을 들었던 심부름꾼의 진정성을 도민들은 4년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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