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모른 채 메달 잃은 초등생…동심 짓밟은 수영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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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잘못된 사실, 한 달여 기간 뒤에야 확인
연맹 측, A군·A군 부모에게 어떤 설명도 안 해
실제 3위한 B군, 공교롭게도 A군 같은 반 친구
A군이 대회 당일 받은 동메달
A군이 대회 당일 받은 동메달

제주지역의 한 수영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초등학생이 대회 운영 미숙으로 메달을 박탈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서귀포시수영연맹이 주관한 1회 서귀포시교육지원청 학생수영대회가 지난 715일 서귀포시국민체육센터 수영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A군은 평영 50m 경기(124-1조)에 출전해 5566을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고, 현장에서 메달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28A군의 학교에서 대회 상장 수여식이 진행됐는데, A군이 받아야 할 상장을 공교롭게도 당시 5위를 기록한 A군의 같은 반 친구인 B군이 받게 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B군도 대회 당일 A군과 함께 평영 50m 경기(124-2조)에 나섰다그런데 B군 레인의 터치패드가 찍고 1~2초 후 멈추는 오류를 일으켰다.

이를 본 B군의 부모는 곧바로 수영연맹에 항의했고, 연맹 측은 터치패드에서 에러가 발생함에 따라 백업 장치와 스톱워치의 기록을 확인했다.

수영연맹 규정에 따르면 계시심판은 해당 레인의 선수가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백업 장치와 스톱워치를 동시에 눌러야 한다. 터치패드가 수영장 내부 습기 탓에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백업 장치와 스톱워치 기록 모두 B군이 A군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연맹 측이 터치패드 기록만을 갖고 입상자들에게 메달을 미리 수여했다는 점이다. 연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린 선수들의 경우 대회를 마치자마자 빨리 메달을 받길 원해 먼저 수여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연맹 측은 대회 당일 백업 장치와 스톱워치 기록을 통해 B군이 3위임을 확인했지만, A군과 A군의 부모에게 그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A군의 아버지는 우리 아이와 B군이 다른 조였고, 별다른 통보도 못 받았기 때문에 아이가 3위가 아니란 사실을 한 달여 기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 애가 집에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기록이 잘못 나온거면 적어도 하루나 이틀 뒤에는 알려주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기록지를 수정하고 다시 붙였는데, A군의 부모가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기록지를 떠나 미리 이런 사실을 알리고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연맹 측의 잘못이다.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로 A군은 개학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메달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상위권 입상을 위해 3개월 전부터 맹연습을 했다는 이 초등생은 대회 운영 측의 잘못된 결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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