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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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천천, 제주국제대 중한통번역학과 교수

예의의 한자는 禮義로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다. 현대 중국어로 말하면 禮貌인데 실은 예모보다 예의의 뜻이 더 깊고 넓으며 본뜻과 더 가깝다. 예의는 유가사상의 핵심이다. 유가가 구상하는 사회질서의 기반이기도 하고 추구하는 이상적인 경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중일 3국은 예의를 중시하며 사람을 평가할 때 으뜸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예의는 외재적 의례규범이며 예의를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한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국은 높임말이 매우 발달하였고 형식도 복잡하다. 또 연령대와 신분 간의 등급이 엄격하다. 만날 때마다 허리 굽혀 인사하고 후배는 손윗사람과의 술자리에서 고개 돌려 술을 마시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인에게 예의바른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이 첫인상을 좋게 만드는 방법이다.

일본인도 한국인의 예의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오늘날에도 서양에서는 여전히 일본인의 예절이나 자율의식, 공동체의식이 동양문명의 모범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그런 예의바른 나라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야만인보다도 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지금까지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그렇다면 예의란 것은 다만 외재적인 형식인가? 공자는 이에 대해 명백히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사람이 어질지 않다면 예를 해서 무엇하며 사람이 어질지 않다면 음악을 해서 무엇 하랴(人而不仁,如禮何.人而不仁,如樂何)?” 공자가 仁으로 禮를 해설한 까닭은 무엇일까? 외적인 규범을 개체의 내재적인 자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형식적인 예의보다 진실한 감정과 심리상태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仁은 개체의 내재적인 도덕성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사회적인 덕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연(顔淵)이 인에 대해 질문했을 때 공자가 “克己復禮(자신을 자제하고 예의를 지키다)”를 통해 인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인의 한자는 두 사람으로 돼있다. 본래 인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라는 뜻이다. 한 사람의 처신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철저하게 따져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라고 하였다.

자기의 판단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좋고 싫음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작게 보면 인간관계가 화목해질 것이고 시야를 넓혀 본다면 국제외교가 평화롭게 될 것이다. 그런데 2000여 년 동안 이 단순한 도리를 헤아려 본 사람은 드물었다. 실천한 자는 더더욱 드물었다.

정통 유가 관점에서 예의라는 외재적인 행동규범은,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토대가 있어야 명실상부하게 갖추어진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예의다. 표정은 겸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을 경멸하거나 언행이 상대의 느낌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말을 아무리 달콤하게 하더라도 허리를 아무리 깊이 굽히더라도 올바른 예의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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