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제주 - (18)위기의 지방대,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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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육성특별법 조속히 뒷받침 돼야

인재는 국가.사회 경쟁력의 원천이며, 대학은 그 산실이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거듭해 온 것도 그 어느 나라 못지않은 교육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대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지만 외형은 선진국형, 질적으로는 낙후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급기야 이젠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낭비요인을 낳고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로 지방대학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지방대학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대학의 서열화’라고 단언한다.

즉, 출신 대학이 곧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더 나아가 취직 여부마저도 갈음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대학 졸업생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올해 제주대 졸업생 취업현황을 보면 진학, 입대 등 153명을 제외한 취업대상자 1627명 중 599명만이 일자리를 구해 취업률은 36.8%에 그치는 등 3명 중 2명꼴로 졸업과 동시에 ‘준비된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도내 대부분 대학들도 70~80%의 취업률을 기록한다고는 하지만 학교 이미지 관리를 위한 ‘거품’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실제 순수 취업률은 이보다 훨씬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취업난의 영향으로 지방의 우수 인재들은 수도권의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대학 진학 후에도 취업 유망학과로 전과하거나 편입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편입학은 ‘제2의 입시’, 전과는 ‘제3의 입시’로 불릴 정도다.

제주대가 올해 편입학과 전과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사범대학과 경상대학으로 지원자가 몰린 반면 공과대학과 자연대학에는 지원자가 없는 등 학과 편중현상이 심화돼 기초학문분야는 그야말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곧 지방대학들이 대학의 특성화와 내실 다지기보다는 ‘외형 키우기’에 급급하면서 대학측이 자초한 ‘화’이기도 하다.

계속된 대입 정원의 감소는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미충원 사태를 불렀다.
실제로 제주대는 개교 이후 사상 첫 추가모집을 실시하는 등 신입생 유치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최종 등록 결과 440명의 결원이 발생, 최악의 모집난을 겪었다.

추가모집을 실시한 탐라대도 107명의 미충원 인원이 있는 채 새 학기를 시작했다.

도내 3개 전문대도 미충원율이 전체 모집인원의 10~30%선에 육박하고 있다.
심지어 제주관광대학은 새 학기를 맞고서도 신입생을 모집하는 기현상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바빠진 건 교직원과 교수들.
학생 없는 교수들은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교수들은 ‘신입생 유치단’을 구성, 일선 고교를 방문해 진학담당 교사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등 교수가 ‘세일즈맨’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대학이 점차 적자생존이라는 기업의 경영법칙을 도입하면서 무리한 홍보비 투자, 장학금 대폭 확대, 기숙사 신축 등 배보다 배꼽이 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대학은 이 같은 재정 압박에 따른 재원 마련을 위해 등록금 인상안을 내놓고 있으며 해마다 학생.학교 간 등록금 인상 마찰을 빚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사회, 경제, 문화, 교육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문제다.

대학 진학 수요의 급격한 감소, 지방과 수도권의 사회문화적 인프라 격차, 지방 우수 인재의 수도권 집중, 지방대학 출신의 취업 기회 차별, 예산 지원의 차등화 등이 현 지방대학의 위기를 만든 요인들이다.

이에 따라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대학생 공직할당제 및 취업할당제 등을 골자로 한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의 조속한 시행과 함께 재정지원사업 확대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의 노력과 아울러 지방대학 자체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학 내실화와 정부의 지방대학육성특별법에 맞춘 각 대학의 프로그램 개발, 과감한 군살빼기 노력이 뒤따를 때 지방대학은 고사 위기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대학 정원 10% 감축 및 정원연동제 도입, 학과구조 재조정, 산.학.관 협동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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