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제주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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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제주감귤농협 조합장/논설위원

연일 지속되는 폭염에 의해 밭작물은 메마르고, 물을 주려해도 농업용수가 모자란 상황이다. 모처럼 단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지역에 따라 해갈이 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언제 폭염에 시달렸는지 모를 정도로 탱글탱글하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귤 모습을 보니 폭염을 이겨내야 제 특성이 발현되는 것 같아 기특하다.

폭염이 지속될 경우 때때로 비가 와서 온도를 낮추거나 가뭄을 해소시켜 주지만 폭염에 대비하여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될 때가 왔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폭염 대비책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과연 그럴까. 감귤은 ‘아열대 과수다’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감귤은 폭염 환경에서 자라는 과수인데 감귤 중에서도 온주밀감은 비교적 기온이 낮은 환경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재배 초기만 하더라도 적산온도(10도 이상 온도의 합)가 부족하여 신맛이 강해 저장하고, 신맛이 빠진 다음 출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에 달린 채 부피가 되고 신맛이 빠져 유통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기후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폭염은 점차로 심해질 것이고, 감귤나무가 폭염에 견디는 것을 보노라면 농업인의 마음은 타들어 갈 것이다.

특히 하우스재배에서는 측창을 개방하고, 가능한 한 하우스내부 온도를 낮추려고 한다. 그런데 어떤 감귤원은 측창을 닫고, 천정 개폐기로만 온도를 조절하고 있는데도 폭염 피해는커녕 나무가 건강하고, 열매 비대도 왕성하다. 곳에 따라 일 년 내내 측창을 닫은 하우스도 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형 백엽상을 하우스 내부, 외부에 설치하고 온도계를 넣어 온도를 조사한 결과 하우스 내부 온도가 외부보다 2~3도 낮았다. 하우스는 가온 또는 보온을 위해 설치되었는데 온도가 낮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곧 실마리가 풀렸다. 개폐기 온도 센서가 하우스 기둥과 기둥 사이에 있는 연결대에 설치됐거나 장대에 매달려 일사에 노출돼 있었다.

기상청에서 발표되는 기온은 지면이나 측면 복사열의 영향을 받지 않는 1,5m 높이 백엽상 안에 놓여 있는 온도계로 측정된 온도를 말하는데 감귤 재배 현장에서는 철제 파이프의 온도 아니면 일사에 노출된 온도가 하우스 내부의 온도로 착각하고 있는 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감귤을 하우스에서 재배해도 생육 상황이 노지 재배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낮 하우스 내부가 외부보다 시원하다고 하면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낮에 노지에서는 작업하는 농업인들은 볼 수 없어도 하우스 안에서 열매 매달기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하우스 천정에 그물 네트가 피복되어 있고 그 위에 비닐이 덮여 있는데 네트와 비닐에 각종 농약과 먼지가 얹혀 있어 20~30% 차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하우스 내부가 온도가 낮고 일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에 대처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예상치는 항상 빗나갈 것이다.

따라서 하우스 감귤의 위상이 제고되려면 하루빨리 하우스 내부 환경의 온도 흐름을 간파하고 이에 따른 품종별 영농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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