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사흘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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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여행은 즐기러 떠나는 것이다. 듣고 읽고 그리던 곳에 발을 놓는 상상의 실체화다. 그림을 실물로 보는 것, 여행이 아니면 그런 접근은 가능하지 않다.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행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돈과 건강이다. 비용이 해결돼야 하고 몸도 따라줘야 한다. 굳건한 다리와 맑은 머리 그리고 사물을 꿰뚫는 눈이 필요하다. 그래야 여행을 정상적으로 작동케 한다.

이를테면 여행은 단지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곳의 풍경을 보면서 그곳의 거리와 사람들의 표정과 문물을 섭렵해야 한다. 그것은 경이이고 발견이고 희열이고 문화적인 충돌이고 향유(享有)다. 그래서 선택이고 미지(未知) 속으로 진입하는 흥미로운 행보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일탈한 자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시·공간의 공유다. 그것은 날것처럼 풋풋하고 싱싱하다. 따라서 여행은 시종 심신을 생동케 하는 힘이 있다. 내가 여행을 못해 온 데는 경제적 여건도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지난 8월 초, 오사카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별세하신 장모님 영전에 참배하기 위해서였다. 목적이 관광이 아니었지만 출국은 여행이다. 아내와 큰아들과 초등 6학년 막내손녀, 넷이 오사카 행 비행기에 올랐다.

폭염으로 펄펄 끊는 여름 오후, 저비용 항공기는 그래도 씽씽 찬바람을 내보내줬다. 전보다 시트 사이가 꽤 넓혀져 인체공학적인 진전이 있었다. 항공료가 싼 걸 알면서도 굳이 아들에게 묻지 않았다. 안전하기만 하면 서민에게 비행기는 교통수단일 뿐이다.

오사카까지 1시간 20분, 서울보다 조금 멀다 생각하니 갑자기 일본이 가깝게 다가왔다. 역사적 배경에서 가장 가깝고도 제일 먼 나라 일본.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 걸 불볕더위 속 일정이라 짧은 기간 동안 잠시 잊자 추스른다. 목이 마르다 싶은데 때마침 승무원이 쟁반에 물을 받치고 지난다. 냉수 한 컵의 서비스. 명색 국제선인데 뭔가 허하다. 예전, 국내선에도 사탕을 나누던 게 생각난다. 세상 많이 변했다.

기내식을 사먹어라 안내방송이 나오고 홍보전단도 시트 뒤에 꽂혔다. 불고기덮밥, 더블함박스테이크, 튜나 샌드위치, 불고기도시락세트, 치킨…. 시켜 먹는 사람은 몇 안된다. 사정이 있어 점심을 제때에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간사이(關西)공항에 내렸다. 규모가 커 보이나 제주공항과 엇비슷하겠다. 17시 30분, 오사카에 예약된 한큐(HANKYU)호텔로 이동한다. 바다를 매립해 낸 고속도로를 리무진이 달린다. 몸을 물과 뭍의 경계에 놓아 신바람이 난다.

얼마를 달리더니 눈앞으로 관서공업지역이 펼쳐진다. 공장굴뚝들이 연기를 내뿜는다. 대단위 공업지역이 생동하는 모습이다. 눈앞으로 거대한 철제교각이 도로 양쪽을 잡아 붙들어 올렸다. 지붕까지 금속으로 뒤덮어 놓은 새빨갛고 무뚝뚝한 구조물이다. 웅장한 건 좋지만 위압적이라 볼썽사납다. 퍼뜩 그렇게만 볼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일본은 우리와 다르잖은가. 문득 몇 년 전 동일본 쓰나미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은 건축물 하나도 끔찍한 재앙에 대비할 테다. 지진에도 꿈쩍 않을 것 같은 묵직하고 견고한 시설물이라 눈길을 끈다.

오사카역을 끼고 있어 호텔 안이 북적거린다.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한 사람들로 뒤범벅이다. 10층에 방을 배정 받아 여장을 풀었다. 배가 출출하다. 먹거리 찾아 시내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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