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과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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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럽고 고귀한 나만의 사랑, 당신 생각으로 가슴은 늘 터질 것만 같다오…(중략)…그대만을 가슴 가득 품고 작품을 제작하는 중섭을 굳게 믿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오.’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이 제주 생활을 접고 혼자 서울에서 지내던 1954년 12월 어느 날 일본에서 생활하는 부인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이중섭은 일본 도쿄에 있는 문화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유학 생활을 하던 중 같은 과 후배인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1945년 5월 29세의 나이에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중섭은 결혼식을 계기로 야마모토 마사코란 이름의 일본인 신부에게 ‘이남덕’이란 새 이름을 선물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가족과 함께 부산에서 피난 생활을 하던 이중섭은 1951년 1월 배를 타고 제주항에 도착했다.

이중섭은 같은 해 12월 가족을 이끌고 다시 부산으로 이주하기까지 서귀포에 있는 4.6㎡(1.4평)의 작은 방에서 네 식구와 함께 생활하며 불꽃 같은 창작열을 불태웠다.

가난했지만 가족과 함께 있어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같은 걸작을 남기며 서귀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지역에서 이중섭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미술의 해’를 맞아 문화체육부에 의해 이중섭 거주지에 기념 표지석이 세워지면서다.

서귀포시는 이듬해 2월 이중섭과 그의 가족들이 거주했던 정방동 512-1번지에 접한 남북 360m 길이의 도로를 ‘이중섭거리’로 지정했다.

1999년에는 서귀포시가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를 복원한 데 이어 인근 언덕배기에 있는 부지를 매입해 이중섭미술관(당시 이중섭전시관)을 개관했다.

이중섭을 만날 수 있는 풍성한 공연과 전시가 ‘예향의 도시’ 서귀포시 일원에서 펼쳐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담긴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이 6일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8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40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며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이중섭의 일대기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담고 있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2016년 초연됐고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3번째 공연이다.

이중섭의 예술혼을 음악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공연은 6개의 장면에 도쿄, 원산, 서귀포, 서울의 시대적 배경과 서정적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3일부터는 이중섭미술관 전시실에서 올해 치러진 미술품 경매 당시 이중섭 작품 중 최고가를 경신하며 47억원에 낙찰된 ‘소’를 비롯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소, 사랑하는 모든 것’전(展)이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기획전에서는 ‘은지화’ 등 개인소장 대여 작품 4점과 이중섭미술관이 올해 구입한 ‘양면화’, ‘소와 여인’ 등 미술관 소장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문구 하나 하나에 남편과 아버지로서 가족을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는 그의 편지글은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창작 오페레타와 특별기획전을 찾아 이중섭의 삶과 예술혼을 만나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중섭거리를 걸으며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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