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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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2003년 여름은 유럽 나라에 참으로 악몽이었다. 근간에 없던 폭염이 그해 7~8월에 덮친 것이다. 기록상 1540년 이래 가장 더웠다고 한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7만여 명이 숨졌다. 말 그대로 살인폭염으로 불렸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기온은 2005년 여름 이란 루트사막의 70.6도다. 이곳은 소금호수가 말라붙어 생긴 분지 형태의 사막이다. 과학자들이 시험삼아 생우유를 뚜껑 없는 병에 담아 놔뒀지만 상하지 않았다. 너무 더워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건기엔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호주의 퀸즐랜드도 만만치 않다. 2003년에 69.4도를 찍은 기록이 있다. 이 모두 지구온난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곳만큼은 아니지만 올여름 우리나라 더위도 보통을 넘는다. 이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1994년 여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지난달 31일까지 올해 발생한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31.5일로 1994년 31.1일을 뛰어넘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낮 최고기온도 8월 1일 강원 홍천의 수은주가 41도까지 치솟아 종전 최고였던 1942년 8월 1일 대구의 40도를 넘어섰다. 그런 역대급 폭염은 올해 4511명의 온열질환자를 낳았고 이 가운데 48명이 숨졌다.

앞서 1994년 여름 역시 지독히 더웠다. 폭염이 거세지자 기상청 예보관들이 날마다 덥다는 표현을 달리 전달하기 위해 온갖 사전을 뒤졌다고 한다.

▲없는 이들에겐 추운 것보다 더운 게 낫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다. 그래선가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인정하는 개정법률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온열질환 사망자에게 최대 10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주어진다.

폭염 문제가 심각한 건 그 고통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양극화를 더 키우기 때문이다.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탓에 ‘폭염 앞에선 불평등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심사를 더 어지럽히는 건 정치권이다. 나라살림이야 거덜나든 말든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며 인기몰이에만 몰두한다.

내일(8일)이 처서와 추분 사이에 낀 가을전령 백로(白露)다. 머지않아 날씨는 선선해지겠지만 국민들의 갑갑한 가슴은 언제쯤 시원하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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