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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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진, 수필가

남편은 중국집을 바꿀 때마다 배달용 그릇이 일회용인지, 회수용인지를 먼저 묻는다. 혹 남편이 ‘환경운동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전혀 아니다. 단지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이 맛과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거다.

가끔 나도 그렇다. 동생들과 해안가 카페에서 커피를 시켰더니 테이크아웃이 아닌데도 플라스틱 뚜껑이 달린 일회용 종이컵에 나왔다. 애써 찾아온 발걸음이 무색하게.

맛은 눈으로도 느낀다. 수다와 함께 예쁜 컵을 들어 올리며 그곳 분위기까지 마시는 게 카페를 찾는 이유인데…. 컵 하나에 호들갑 떠는 갑질 손님으로 보일까 봐 삐져나오는 깔끄러움을 꾹꾹 눌렀더니 커피 맛이 왜 그리 쓰던지.

하루하루마다 일회용품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대수롭지 않게 손에 쥐어진다. 편하다 하여 생각 없이 쓰고 버리는 물질의 풍요, 점차 우리를 위협할 양날의 칼이 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관심을 둔 것은 올여름이었다. 갖가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기 위해 창고 한구석에 쌓아 두는데, 물을 사 먹게 되자 플라스틱 양이 갑자기 늘어났다. 처음에는 버리기 아까워 살림에 재활용했다. 쌀을 담아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기에 잡곡을 종류별로 담아 두었고, 한 뼘만큼의 윗부분을 잘라 깔때기도 만들었다. 병뚜껑에 구멍을 낸 뒤 물을 담아 텃밭에 있는 오이와 가지 옆에 거꾸로 세워 그들의 목마름도 달랬다.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빈 페트병 활용도가 없어 버려야했다.

모아 둔 플라스틱 꾸러미를 들고 클린하우스에 갈 때마다 또 다른 막막함과 마주했다. 이미 넘쳐 있는 플라스틱 보관함, 그건 바로 환경오염을 망각한 우리의 민낯이었다.

스쳐 지난 뉴스들을 다시 들췄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 중 70%라는 플라스틱.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이 바다로 흘러 해류가 순환하는 태평양에 남한 면적의 15배 되는 플라스틱 섬이 만들어졌다 한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애꿎게도 동물들이었다. 처참했다. 육지에 올라 죽은 고래의 위나 장에서 발견된 다량의 플라스틱제 봉지와 페트병. 플라스틱 통에 머리가 처박힌 떠돌이 개. 먹이인 줄 알고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은 새들. 수많은 생명들이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다. 우리들은 이들에게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햇빛과 파도에 의해 파편화되면서 만들어진, 또는 거르지 않은 채 바다나 강으로 흘러간 일상생활용품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이었다.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심각한 환경오염은 돌고 돌아 우리의 건강까지 빨간불이 켜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의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방관자적 시선에 머물 뿐이다.

분해되는 시간이 몇 십 년에서 길게는 몇 백 년까지 걸린다는 플라스틱에 대해, 이제는 현재 나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할 때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 전 잠시 멈칫하는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나 혼자만이라도 실천하겠다는 절실함이 모이면 언젠간 세상을 바꾸지 않을까.

회수용 그릇을 사용한다 하여 한 번 다녀간 가게에 짜장면을 시켰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간 모습으로 우리에게 왔다. 저녁 5시가 넘어 주문하면 일회용 그릇에 배달한단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또 쌓였다.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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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2018-09-12 09:35:29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김진영 2018-09-11 23:22:16
좋은 글 잘봤습니다. 평소 플라스틱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쓰고 버렸는데 이번 글을 통해 다시한번 환경오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