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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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제주 땅은 척박하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벼농사를 짓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토양이 거친 화산회토(火山灰土)로 이뤄진 데다 물이 귀한 탓이다. 대신 그나마 많이 재배했던 곡식이 좁쌀이다. 이에 제주에선 술도 좁쌀로 빚는다. 그런데 좁쌀의 제주어는 ‘오메기’이다.

오메기술이란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거기엔 제주 선인들의 숨결과 삶의 애환이 서려 있다. 오메기술이 제주의 전통 약주가 된 건 그 때문이다. 그 보존가치가 높아 1990년 제주도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메기술은 좁쌀 특유의 독특한 향이 나고 맛이 새콤달콤한 게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13도이지만 술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목 넘김이 부드럽다.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기에 좋은 술이란 얘기다. 그러니 잔치나 제사 등 크고 작은 집안 행사 때 빠질 수 없었다.

오메기술을 제조하기 위해선 좁쌀를 곱게 빻아 뜨거운 믈로 반죽해 둥글납작한 오메기떡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주걱으로 으깬 뒤 누룩가루를 넣고 발효시키면 술이 빚어진다. 이 술을 증류시켜 만든 소주가 고소리술이다. 둘 다 제주의 청정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는 술이다.

▲명절 때 선물을 주고받는 건 과거부터 행해온 풍습이다. 각 지방 특산품이 조정에 진상품으로 바쳐졌고, 임금은 귀한 물건을 신하 등에게 하사했다. 민가에서도 친지나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고 감사의 마음으로 서로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풍습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추석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게다. 물론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나아가 대통령의 추석 선물은 이런저런 화제를 낳는다. 그때그때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의 의미로 각 지역의 특산물을 보냈다.

▲추석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12일부터 사회 각계 주요인사와 국가 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등 1만여 명에게 선물을 보낸다고 한다. 한데 문 대통령의 추석 선물에 ‘제주의 오메기술’이 대표 품목으로 선정돼 눈길을 끈다. 선물 세트 한가운데에 오메기술이 자리한 이유다.

선물 세트는 오메기술 외에 울릉도 부지갱이, 완도 멸치, 남해도 섬고사리, 강화도 홍새우 등 섬마을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농·수·임산물로 구성됐다. 그나저나 이번 추석 땐 국내 최고의 명품주 반열에 오른 오메기술을 제주(祭酒)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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