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살 찢긴 아픔의 무게를 누가 알겠나
생살 찢긴 아픔의 무게를 누가 알겠나
  • 제주신보
  • 승인 2018.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⑭송악산 진지동굴(下)
일제가 본토 사수 위한 ‘옥쇄’지역으로 삼았던 곳
전쟁 근현대문화유산으로서 안전하고 보전되기를…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일본군은 제주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제주 곳곳을 군사시설로 만든다. 송악산 진지동굴 역시 그 당시 일본군이 자살공격용 소형선박의 은폐, 엄폐용 등을 목적으로 구축됐다. 바람난장 가족들은 송악산을 찾아 역사의 기억을 더듬어 봤다.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일본군은 제주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제주 곳곳을 군사시설로 만든다. 송악산 진지동굴 역시 그 당시 일본군이 자살공격용 소형선박의 은폐, 엄폐용 등을 목적으로 구축됐다. 바람난장 가족들은 송악산을 찾아 역사의 기억을 더듬어 봤다.

모슬포 가는 까닭

-송재학

나 할 말조차 앗기면 모슬포에 누우리라

뭍으로 가지 않고 물 길 따라 모슬포 고요가 되리

슬픔이 손 벋어 가리킨 곳

모슬포 길들은 비명을 숨긴 커브여서

집들은 파도 뒤에서 글썽인다네

햇빛마저 희고 캄캄하여 해안은

늙은 말의 등뼈보다 더 휘어졌네

내 지루한 하루들은 저 먼 뭍에서 따로 진행하고

나만 홀로 빠져나와 모슬포처럼 격해지는 것

두 눈은 등대 불빛에 빌려주고

가끔 포구에 밀려드는 눈설레 앞세워 격렬비도의

상처까지 생각하리라

 

여든이 넘은 강창유 시인은 송악산 일대에서 평생을 보냈다. 당시 일본군이 송악산에 주둔했던 모습을 보고 자랐다. 어린시절의 기억은 그의 시상이 되기도 한다. 그는 “아픈 기억이지만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든이 넘은 강창유 시인은 송악산 일대에서 평생을 보냈다. 당시 일본군이 송악산에 주둔했던 모습을 보고 자랐다. 어린시절의 기억은 그의 시상이 되기도 한다. 그는 “아픈 기억이지만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바람난장 낭독팀이 들려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일본 제국주의는 ‘결7호작전’이라는 군사작전으로 제주도를 자신들의 본토 사수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삼고 관동군 등 일본군 정예병력 6만-7만여명을 제주도에 주둔시켰다.

당시 제주도 인구 25만여명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 제주에 들어온 것이다.

이들은 각종 해안기지와 비행장, 용이한 작전수행을 위한 도로 건설 등 각종 군사시설 건설에 나서는 한편 제주 섬사람들에게 식량지원 등도 요구했으며 남제주군 대정읍 서남쪽 해안가에 있는 송악산 주변도 그 해안절경의 아름다움에도 상관없이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본토 사수를 위한 ‘옥쇄’지역으로 삼았던 아픈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

송악산 진지동굴은 그당시 일본군이 자살공격용 소형선박의 은폐, 엄폐용 등을 목적으로 구축되었다.‘

멀리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진지동굴 하나 하나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시커먼 고래처럼 보인다. 낭독팀은 이어서 송재학의 시 ‘모슬포 가는 까닭’을 들려 준다. 우리는 늙은 말의 등뼈보다 더 휘어진 해안에서 슬픈 시를 감상하며 비에 젖는다.

그녀가 춤을 춘다.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긴 머리가 송악산을 향한다. 맨 발이 까만 모래 위에서 생채기같은 금을 긋는다. 길게, 짦게, 움푹하게, 점점이 상처를 기억하듯 생채기를 보여준다. 차마 송악산을 바라볼 수 없어 먼 바다로 눈길을 돌리게 한다. 그녀의 손길은 누구를 위로하려는 걸까. 춤꾼 박연술의 마지막 동작을 소리 없이 지켜보던 우리들 중,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다.

송악산 진지동굴 바람난장의 마지막은 팬플루트 연주곡 ‘가시리’와 ‘러브미텐더’, 그리고 오카리나 연주곡 ‘ 넬라환타지아’다. 서란영 연주자의 연주가 시작된다. 거친 파도소리를 잠재울 듯 부드럽게 퍼져 나가며 흙과 바위와 풀과 나무와 상처 입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감싸준다.

현재 제주 송악산 진지동굴은 ‘등록문화제 313’로 지정되어 있다. 동굴 15기로 이루어진 이 곳은 지난 2009년부터 함몰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동쪽 동굴 2개는 막혀 버린 상황이다. 또한 진지동굴 내부에는 곳곳에 낙서한 흔적으로 가득하고 쓰레기 무단투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 전쟁 근대 문화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 곳이 안전하고 깨끗하게 보전되길 바란다.

 

부드러운 팬플루트와 오카리나의 연주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날려보낸다. 서란영의 연주는 상처 입은 모두의 마음을 감쌌다.
부드러운 팬플루트와 오카리나의 연주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날려보낸다. 서란영의 연주는 상처 입은 모두의 마음을 감쌌다.

글=손희정

그림=홍진숙

영상·사진=허영숙

춤=박연술

낭송·낭독=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이혜정·장순자)

사회=정민자

음악1=서란영

음악2=문상필

음악감독=이상철

 

슬픔이 서린 송악산을 배경으로 박연술 춤꾼이 춤을 춘다. 바닷바람에 모든 아픔을 떠내려보내려는 듯 소리 없는 그의 춤사위는 주변을 숙연하게 한다.
슬픔이 서린 송악산을 배경으로 박연술 춤꾼이 춤을 춘다. 바닷바람에 모든 아픔을 떠내려보내려는 듯 소리 없는 그의 춤사위는 주변을 숙연하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